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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힘 약해지고 중국이 국제유가 움직인다, 원유 수입 4억배럴 감소와 호르무즈 이후 유가 전망

Finzoom 읽는 시간 약 11분

국제유가를 움직이는 힘의 중심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OPEC+가 감산이나 증산을 발표하면 브렌트유와 WTI가 즉각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공급량을 조절하면 국제 원유시장의 수급 자체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26년 들어서는 상황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해협의 공급 차질로 OPEC+ 회원국들이 원하는 만큼 원유를 시장에 공급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이 원유 수입을 크게 줄이면서 오히려 국제유가의 상단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Reuters 분석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이 수입한 원유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4억배럴 적습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의 수요 변화가 산유국의 증산 결정만큼 중요한 가격변수가 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OPEC+ 세계 원유시장 점유율이 40%까지 떨어졌습니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함께 만든 산유국 협의체입니다.

과거 국제유가가 너무 낮아지면 감산하고 공급이 부족하면 증산하면서 가격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Reuters가 국제에너지기구 자료를 기반으로 계산한 결과 OPEC+의 세계 원유생산 비중은 올해 7월 약 40%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란 전쟁 이전에는 48%를 넘었습니다.

물론 약 4~5%포인트의 감소는 5월 아랍에미리트가 OPEC에서 탈퇴한 영향이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현재 변화가 전부 설명되지는 않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OPEC+ 핵심 7개 산유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원유생산의 약 4분의 1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과거처럼 몇몇 주요 산유국이 생산량만 조절해 세계 원유가격을 움직이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OPEC+가 증산을 발표해도 실제 원유가 나오지 못했습니다

올해 OPEC+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핵심 산유국들은 3월 이후 여섯 차례나 생산량 확대를 발표했습니다.

평상시라면 이런 발표가 나오면 시장은 향후 원유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해 유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당수가 사실상 종이 위의 증산에 가까웠습니다.

중동 산유국의 원유를 세계시장으로 내보내는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해협이 전쟁으로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유를 생산할 능력이 있어도 선박에 실어 수출하지 못한다면 국제시장 공급은 증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올해 원유시장에서 중요한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OPEC+가 몇 배럴을 생산하기로 결정했는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실제로 몇 배럴을 생산해 세계시장에 운송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제 생각에는 현재 OPEC+ 영향력이 약해진 가장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정책결정의 힘이 사라졌다기보다 전쟁 때문에 정책을 현실의 공급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크게 제한된 것입니다.

그런데 국제유가는 왜 100달러 이상으로 계속 폭등하지 않았을까?

현재 상황만 보면 국제유가가 훨씬 높아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전쟁 이전 세계 에너지 교역에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비중은 약 20%였습니다.

중동 여러 산유국의 공급이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고 러시아 정유시설 역시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불안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8월 28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89.31달러, WTI는 83.40달러에 마감했습니다.

브렌트유는 주간 기준 5% 이상, WTI도 4% 이상 하락했습니다.

이렇게 공급위험이 큰데도 유가가 예상보다 눌려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중국입니다.

중국이 전년보다 원유 4억배럴을 덜 샀습니다

Reuters 분석에 따르면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원유를 약 4억배럴 적게 수입했습니다.

상당히 큰 숫자입니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세계 원유시장 수급을 의미 있게 움직일 수 있는 규모입니다.

중국의 수입 감소에는 여러 원인이 겹쳤습니다.

우선 중국 정부가 국내 연료 공급을 안정시키기 위해 석유제품 수출을 제한했습니다.

중국 정유사들이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와 경유를 생산한 뒤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이 줄어들면 필요한 원유 자체도 감소합니다.

정유설비 가동률도 낮아졌습니다.

중국 내수가 부진하고 제조업과 부동산 경기가 약해지면서 연료수요 자체가 이전처럼 빠르게 증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 확대 역시 구조적인 변화입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전기차 보급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승용차용 휘발유 수요 증가가 예전보다 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새로운 ‘스윙 디맨드’가 됐다는 의미

원유시장에서는 전통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국을 ‘스윙 프로듀서’라고 불렀습니다.

필요할 때 생산량을 줄이거나 늘려 시장 균형을 맞추는 생산자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국을 ‘스윙 디맨드 센터’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급하는 나라가 아니라 원유를 사는 나라가 수입량을 크게 조절하면서 세계시장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해에는 정반대였습니다.

중국의 대규모 원유 구매가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분의 최대 절반 정도를 차지했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그때는 중국이 많이 사면서 국제유가를 받쳐줬습니다.

올해는 수입을 줄이면서 공급차질로 인한 유가 상승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 국제유가를 전망할 때 OPEC+ 회의만 확인해서는 부족합니다.

중국 정유사들의 가동률과 원유수입량, 전기차 판매, 제조업 경기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중국 경제가 회복되면 오히려 유가가 크게 뛸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반대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국제 원유시장은 중국의 수요 감소 덕분에 상당한 공급 충격을 버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호르무즈 공급차질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내고 원유수입이 다시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때는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유가 상승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중국 제조업 PMI가 회복되고 산업생산과 건설수요가 살아나면서 정유사 가동률이 높아지면 원유 구매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약한 수요가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 안전판이 사라지면 브렌트유가 다시 100달러를 시험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문제가 동시에 지속된다면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 수요가 계속 약하면 유가 상단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하락 시나리오도 분명합니다.

중국 부동산과 제조업 경기가 계속 약하고 전기차 보급까지 빨라진다면 원유수입이 과거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의 원유공급까지 중장기적으로 늘어나고 호르무즈 통항이 조금씩 정상화된다면 국제유가는 오히려 추가로 안정될 수 있습니다.

8월 28일 유가가 하락한 것도 이런 기대가 일부 반영됐습니다.

이란과 오만이 상업용 선박 통항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소식과 함께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흐름이 최근 조금씩 회복됐습니다.

베네수엘라 공급 확대 기대도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베네수엘라는 실제 대규모 증산까지 여러 해가 필요한 만큼 당장의 공급해결책으로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OPEC+의 영향력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닙니다

OPEC+가 이제 아무런 힘이 없다고 보는 것도 지나친 해석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호르무즈해협이 정상적으로 열리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다시 실제 생산량과 수출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OPEC+의 가격 영향력도 회복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영향력 약화는 구조적인 생산비중 감소와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이 동시에 만든 결과입니다.

그래서 저는 “OPEC 시대가 끝났다”기보다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변수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OPEC+와 미국 셰일, 중국 수요, 전기차, 호르무즈해협, 러시아 정유시설, 미국 전략비축유, 베네수엘라까지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국 투자자는 왜 중국 원유수입을 봐야 할까?

한국은 원유를 대부분 수입합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유사뿐 아니라 항공, 물류, 석유화학, 제조업 전반에 비용 부담이 생깁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올라가면 같은 배럴의 원유를 구입하는 데 더 많은 원화가 필요합니다.

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로 번지면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이 원유를 덜 산다는 뉴스가 중국 정유사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의 물가와 환율, 항공주와 정유주, 석유화학주까지 연결되는 변수입니다.

제가 앞으로 볼 세 가지

제가 국제유가를 본다면 첫 번째로 호르무즈해협의 실제 원유 통항량을 보겠습니다.

뉴스에 ‘협상’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보다 실제 선박과 원유 물량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지가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중국 원유수입량입니다.

현재처럼 전년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상태가 유지되면 유가의 상단을 계속 누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미국 금리입니다.

워시 연준 의장의 잭슨홀 발언으로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높은 금리는 달러를 강하게 만들고 세계 경기와 원유수요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지금 국제유가를 무조건 상승이나 하락 한 방향으로 베팅하기 상당히 어려운 구간입니다.

공급만 보면 상승 압력이 강하지만 중국 수요와 금리를 보면 하락 압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큰 움직임은 OPEC+의 증산 발표보다 중국의 원유 구매가 다시 늘어나는 순간이나 호르무즈의 실제 통항 정상화에서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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