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1000억유로 ‘글로벌 방산은행’ 만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 수혜 가능할까?

세계 방산시장에 새로운 돈줄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캐나다가 주도하는 ‘Defence, Security and Resilience Bank’, 우리말로 하면 국방·안보·회복력 은행 DSRB입니다.
목표는 약 1,000억유로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회원국 정부와 방산기업에 저금리 장기자금과 금융보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먼저 제목의 의미를 정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가 세금 1,000억유로를 직접 넣는 것이 아닙니다.
캐나다를 포함한 회원국이 초기 자본을 출자하고 높은 신용등급을 확보한 뒤 국제 채권시장에서 훨씬 큰 자금을 조달하는 다자간 금융기관을 만들려는 구상입니다.
세계은행이 개발사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방산전용 다자개발은행’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참여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현재 공개적으로 DSRB 설립 의사를 밝힌 국가는 캐나다를 포함해 9개입니다.
캐나다, 알바니아, 벨기에, 그리스,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루마니아, 튀르키예, 우크라이나입니다.
본부는 캐나다에 설치할 예정입니다.
은행은 이르면 2027년 운영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 50억유로의 자본 약정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고 최종적으로 약 200억유로의 납입자본과 추가 호출 가능한 800억유로 정도의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구조가 성공하면 실제 대출능력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왜 기존 은행으로는 방산기업이 돈을 빌리기 어려웠을까?
방산산업은 정부 주문이 많고 장기계약이 특징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산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무기와 군수품에 투자하지 않는 ESG 정책을 가진 금융기관이 많고, 중소 방산기업은 계약을 수주하더라도 실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공장을 증설하고 생산설비를 늘린 뒤 계약대금을 받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이 탄약과 방공무기, 포병장비를 대량 확보하려 했지만 방산기업이 주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생산능력과 자금 문제였습니다.
DSRB는 바로 이 병목을 해결하려는 기관입니다.
정부뿐 아니라 방산기업에도 직접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DSRB는 회원국 정부에만 돈을 빌려주는 구조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방산기업과 관련 공급망에 장기 저리대출을 제공하고 금융회사가 위험하다고 보는 중소기업에는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탄을 만드는 중소기업이 대규모 생산설비를 증설해야 하는데 일반 은행에서 충분한 돈을 빌리지 못한다면 DSRB의 보증을 바탕으로 민간은행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방산업계 입장에서는 정부 국방예산만 늘어나는 것과는 또 다른 변화입니다.
실제 생산능력을 확대할 금융수단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현재 DSRB 회원국이 아닙니다
한국 방산주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2026년 8월 현재 한국은 DSRB 창립 참여국으로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1,000억유로가 만들어지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현대로템이 바로 대출을 받는다”고 설명하면 잘못된 해석입니다.
캐나다 정부가 공개한 설립 취지에도 산업능력 확대 대상은 기본적으로 회원국을 중심으로 설명돼 있습니다.
한국 기업에 직접적인 혜택이 생기려면 한국이 나중에 회원국으로 참여하거나, 현지법인과 합작사업을 통해 회원국 방산 공급망에 들어가거나, DSRB 자금으로 발주된 사업에서 해외기업 참여가 허용돼야 합니다.
그래서 현재 단계에서는 ‘확정 수혜주’보다 ‘수주 기회가 커질 수 있는 후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래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유럽과 미국 방산시장에 깊이 들어가 있습니다.
K9 자주포는 폴란드와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여러 NATO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육군의 차세대 이동식 포병체계 시제품 사업에도 선정됐습니다.
한화디펜스USA가 최대 약 2억6,290만달러 규모 계약으로 6대의 시제품을 공급하고 추가 옵션을 확보했습니다.
이런 실적은 DSRB 자금이 실제 회원국 방산 조달로 연결될 때 한화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이미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유럽이 가장 부족해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포병과 탄약 생산능력이라는 점에서 한화의 포병체계와 탄약 공급망은 주목할 만합니다.
현대로템은 K2 전차가 핵심입니다
현대로템의 가장 큰 경쟁력은 K2 전차입니다.
폴란드가 K2를 대규모로 도입하면서 한국 전차가 유럽 NATO 방산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습니다.
전차는 한 번 판매하고 끝나는 제품도 아닙니다.
부품과 정비, 탄약, 현지 생산설비, 교육까지 수십 년짜리 후속사업이 붙습니다.
DSRB가 동유럽 국가의 국방현대화 자금을 낮은 금리로 공급한다면 재정여력이 부족해 대형 무기계약을 미뤄왔던 국가도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 과정에서 K2와 같은 가격경쟁력이 높은 장비에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역시 DSRB가 한국산 장비 구매에 어떤 조달조건을 적용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LIG넥스원은 방공 분야에서 기회를 볼 수 있습니다
유럽과 중동에서 가장 빠르게 수요가 증가한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방공과 미사일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반복되면서 각국은 기존 방공망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LIG넥스원은 천궁 계열을 비롯해 유도무기와 방공체계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방공체계가 이미 중동 수출실적을 확보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만약 DSRB가 회원국의 방공망과 탄약비축 확대를 지원한다면 한국 방산업체의 해외법인이나 현지 협력사가 공급망에 들어갈 가능성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과 독일이 아직 빠져 있다는 점은 위험입니다
DSRB가 계획대로 성장하려면 높은 신용등급이 중요합니다.
AAA에 가까운 신용을 확보해야 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다시 회원국과 기업에 싸게 대출해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영국과 독일 같은 주요 G7 국가가 참여를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규모가 큰 국가가 충분히 출자하지 않으면 목표한 신용등급과 1,000억유로 조달규모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 유럽연합은 이미 SAFE 같은 대규모 방산금융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국도 별도의 다자간 방산금융 구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제도가 여러 개 생기면 어느 기관을 이용해야 하는지 중복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한국 방산기업에는 왜 금융이 중요한가?
무기 수출은 제품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구매국이 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전차와 자주포, 방공체계를 한 번에 수십억달러씩 구매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출입은행 금융지원, 정부보증, 현지 생산 투자 등이 계약의 중요한 조건으로 들어갑니다.
DSRB 같은 기관이 등장하면 상대적으로 재정이 약한 동유럽 국가도 장기간 나눠서 방산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잠재 고객의 구매력이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주가에서는 기대를 너무 앞당기면 안 됩니다
방산은행 계획이 알려졌다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의 실적이 당장 증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은행은 아직 설립단계입니다.
정식 운영목표도 2027년입니다.
회원국 확대와 자본확보, 신용등급, 실제 첫 대출과 프로젝트 선정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이 참여하지 않는 상태에서 조달규정이 회원국 생산제품을 우선하도록 설계된다면 한국 업체에는 오히려 접근장벽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현지생산과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제3국 기업에도 시장을 열어주면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제가 본다면 가장 먼저 한국 참여 여부를 확인하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DSRB 자체는 방산산업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흥미로운 시도입니다.
국방예산을 늘리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방산생산을 위한 별도 금융인프라까지 만들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국 방산주 투자자라면 1,000억유로라는 숫자만 보고 바로 수혜를 계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응한다면 첫 번째로 한국 정부가 향후 DSRB 참여를 논의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회원국 조달에서 한국산 무기의 참여가 가능한지를 보겠습니다.
세 번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넥스원이 캐나다나 유럽 현지생산시설과 파트너십을 늘리는지를 볼 것 같습니다.
이 세 가지가 연결된다면 DSRB는 단순한 해외 금융뉴스가 아니라 한국 방산업체의 새로운 수출시장 확대 재료로 바뀔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확정 수혜’보다 ‘조건이 맞으면 상당히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표현이 가장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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