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엔화도 사고 장기국채도 사들이자 유럽 중앙은행이 긴장한 이유, 달러 패권 흔들릴까?

미국 재무부가 외환시장과 장기 국채시장에 동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유럽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일본과 함께 엔화 급락을 막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에 참여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 재무부가 직접 거래창구에서 엔화를 산 것이 아니라 재무부의 지시에 따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유로를 팔고 엔화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개입했습니다.
여기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급등한 미국 장기 국채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10년·20년·30년물 국채 바이백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외환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채권시장입니다.
하지만 두 정책에서 시장이 읽는 공통점은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시장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직접 대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을 유럽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왜 갑자기 엔화까지 방어했을까?
7월 말 엔화는 달러당 164엔 부근까지 하락하며 약 40년 만의 약세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엔화가 약해지는 것 자체는 일본 경제의 문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베센트 장관은 엔화 움직임이 지나치게 무질서해지면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핵심은 엔캐리 트레이드입니다.
금리가 낮은 일본 엔화로 돈을 빌린 뒤 미국 주식이나 채권, 신흥국 자산 등 더 높은 수익률을 주는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가 세계 금융시장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엔화 가치가 갑자기 큰 폭으로 오르면 투자자는 빌린 엔화를 갚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미국 주식과 채권 등을 빠르게 매도해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엔화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약해져도 일본 금융시장과 국채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이번 개입을 단순한 일본 지원이 아니라 미국 금융시장의 위험관리라고 설명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왜 유로를 팔아 엔화를 샀을까?
이 부분이 유럽 중앙은행 관계자들을 불편하게 만든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미국이 엔화를 매입하면서 달러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유로화까지 매도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외환보유 자산을 이용한 기술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 입장에서는 미국이 별도의 공개협의 없이 유로를 팔아 제3국 통화를 지원하는 상황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외환시장은 상대적인 가격입니다.
유로를 팔면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유로에는 약세압력이 생깁니다.
유럽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유로화 금융여건을 관리하고 있는데 미국 재무부의 정책적 판단이 유로 가격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문제는 거래금액 자체보다 전례입니다.
앞으로 미국이 다른 국가의 통화를 지원하거나 달러가 지나치게 강하다고 판단할 때 비슷한 방식을 반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국채 바이백도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습니다
베센트 장관이 장기국채 바이백을 확대하는 이유는 미국 장기금리가 지나치게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면 미국 정부의 이자비용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회사채 금리까지 올라갑니다.
특히 미국 국가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는 장기금리가 0.5%포인트만 달라져도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재무부가 시장에서 기존 장기채를 사들이면 국채에 새로운 수요가 생기고 채권가격을 지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장기금리 상승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것을 단순한 유동성 관리가 아니라 정부가 장기금리를 적극적으로 통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유럽이 정말 걱정하는 것은 달러 스와프일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 세계 중앙은행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달러입니다.
글로벌 무역과 금융계약 상당 부분이 달러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충격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 영국은행 등 주요 중앙은행에 달러를 공급하는 통화스와프를 확대했습니다.
이 제도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달러 부족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했습니다.
현재 스와프라인은 연준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장 폐지된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유럽이 걱정하는 것은 미국 행정부가 금융정책 전반에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할 경우 미래 위기에서도 이 안전장치가 지금처럼 조건 없이 작동할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즉 이번 엔화 개입 하나 때문에 달러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정책의 예측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달러 패권이 실제로 흔들리고 있을까?
현재 숫자만 보면 달러 패권이 곧 끝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IMF의 2026년 1분기 외환보유액 통계를 보면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은 약 57.1%입니다.
2025년 4분기 약 56.4%보다 오히려 소폭 상승했습니다.
2025년 외환거래 조사에서도 달러는 전 세계 외환거래의 약 89% 한쪽에 포함됐습니다.
유로가 약 29%로 두 번째였지만 달러와 상당한 격차가 있습니다.
미국 국채시장 역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동성이 높은 채권시장입니다.
중국 위안이나 유로가 단기간에 같은 역할을 대신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엔화를 샀으니 달러 패권이 무너진다”는 식의 해석은 지나칩니다.
그래도 장기적으로 무시할 문제는 아닙니다
달러 패권은 단순히 미국 경제가 크기 때문에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 투자자가 미국 자산을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는 신뢰, 미국 국채시장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믿음, 위기 때 연준이 달러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합쳐져 만들어집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약해지기 시작하면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을 조금씩 분산하려 할 수 있습니다.
달러 비중은 2000년대 초 약 70%를 넘었던 수준에서 현재 57% 정도까지 장기적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렇다고 위안화가 달러를 그대로 대체한 것도 아닙니다.
금과 캐나다달러, 호주달러 등 다양한 자산으로 조금씩 분산되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오히려 더 현실적인 탈달러화라고 생각합니다.
달러가 하루아침에 왕좌를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비중이 천천히 낮아지는 방식입니다.
금과 비트코인이 오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재정문제와 국채시장 개입이 부각될 때 금과 비트코인 가격이 함께 강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는 이것을 ‘달러 가치 희석’에 대비하는 거래로 해석합니다.
미국 정부가 국채금리를 억제하기 위해 시장에 계속 개입한다면 장기적으로 달러의 실질가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다만 금과 비트코인 가격에는 ETF 자금과 유동성, 위험선호 등 다른 요인도 많기 때문에 미국 재무부 정책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국의 엔화 개입은 원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엔화가 지나치게 약해지면 원화도 동반 약세 압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일부 수출시장에서 경쟁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엔화가 안정되면 원화에도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장기금리 역시 원달러 환율과 한국 증시에 영향을 줍니다.
미국 국채금리가 올라가면 달러자산의 매력이 높아지고 국내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할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미국 재무부의 움직임은 엔화와 미국 국채를 따로 보기보다 하나의 글로벌 자금흐름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달러 패권보다 ‘신뢰 프리미엄’을 봐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현재 상황을 달러 패권 붕괴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빠릅니다.
달러를 대체할 만한 통화와 채권시장이 아직 존재하지 않고 실제 외환보유액에서도 달러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다만 미국이 외환시장과 국채시장에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계속 개입한다면 달러가 지금까지 누려온 ‘당연한 신뢰’는 조금씩 약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앞으로 확인한다면 유럽 중앙은행들의 말보다 실제 외환보유액 변화를 먼저 보겠습니다.
달러 비중이 현재 57% 부근에서 다시 지속적으로 낮아지는지, 미국 장기국채에서 외국 중앙은행 수요가 줄어드는지, 금 비중이 계속 커지는지를 함께 볼 것 같습니다.
달러 패권은 하루의 환율 움직임으로 무너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계가 미국의 금융정책을 이전보다 덜 예측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자산배분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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