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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방어에 한 달간 965억달러 썼다, 달러·엔 160엔과 일본 금리인상 가능성 어디까지 갈까?

Finzoom 읽는 시간 약 10분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불과 한 달 동안 사용한 돈이 15조3,993억엔에 달했습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965억달러입니다.

일본 재무성이 공개한 7월 30일부터 8월 26일까지 외환시장 개입 규모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입니다.

일본과 미국이 이례적으로 공동 엔화 매수에 나섰고 한국도 비슷한 시점에 원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막대한 돈을 투입했는데도 달러·엔 환율은 다시 160엔에 가까운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7월 말 1달러당 164엔 부근까지 밀렸던 엔화는 개입 직후 155엔대까지 강해졌지만 이후 다시 159엔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의 질문은 자연스럽습니다.

“965억달러를 썼는데도 왜 엔화는 계속 약한가?”

답은 일본 정부가 시장에서 엔화를 사는 것만으로는 미국과 일본 사이의 금리차와 일본의 재정정책이라는 근본 원인을 없앨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한 달 만에 15조4천억엔을 썼습니다

일본 재무성 공식 자료를 보면 7월 30일부터 8월 26일까지 외환시장 개입 총액은 15조3,993억엔입니다.

Reuters 환산 기준 약 965억달러입니다.

단순한 구두개입이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 외화를 팔고 엔화를 매입한 것입니다.

특히 7월 30일과 31일 엔화 가치가 40년 만의 저점 수준인 달러당 164엔 부근까지 밀리자 일본 당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였습니다.

7월 31일에는 미국 재무부와 일본 재무성이 공동으로 엔화를 매수했습니다.

일본 재무상도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공동 개입을 확인했습니다.

한국 역시 비슷한 시점에 원화를 매입하면서 세 나라의 외환시장 안정 움직임이 겹쳤습니다.

일본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한 추정에서는 7월 30일 하루에만 최대 9조6천억엔가량의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까지 제기됐습니다.

확정된 일별 세부자료는 나중에 발표되지만 실제로 그 정도였다면 과거 하루 개입 기록을 크게 넘어서는 규모입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상당히 강했습니다

개입 직전 달러·엔 환율은 163엔을 넘어 164엔 부근까지 올라갔습니다.

달러·엔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같은 1달러를 사기 위해 더 많은 엔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므로 엔화 약세입니다.

공동 개입 이후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엔화는 8월 3일 한때 달러당 155.20엔까지 강해졌습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거의 8엔 이상 움직인 것입니다.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의 위력이 분명히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엔화는 다시 약해졌고 8월 중순부터는 159.5엔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8월 28일 Reuters가 사용한 환율도 약 159.65엔이었습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164엔을 막았지만 150엔 초반으로 엔화를 지속적으로 돌려놓는 데는 실패한 셈입니다.

왜 965억달러를 쓰고도 엔화가 약할까?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입니다.

일본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1%로 올렸습니다.

일본 기준으로는 약 30년 만의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습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 이후 미국에서는 오히려 9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50%를 넘어섰고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4.36%까지 올라왔습니다.

미국 단기금리가 4%를 넘고 일본 기준금리는 1%라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로 싸게 자금을 조달한 뒤 더 높은 수익률을 주는 달러자산에 투자하려는 유인이 남아 있습니다.

이른바 엔 캐리트레이드입니다.

일본 정부가 하루 이틀 거액을 투입해 엔화를 매수하더라도 시장 전체에서 계속 나타나는 이런 자금 흐름이 바뀌지 않으면 엔화 약세가 다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외환개입은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금리차 자체를 제거하지는 못합니다.

결국 일본은행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압력이 커졌습니다

시장에서도 이 점을 보고 있습니다.

Reuters가 8월 17일부터 24일까지 경제전문가들을 조사한 결과 57%가 일본은행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올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불과 한 달 전 조사에서는 이번 분기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 비율이 5%에 불과했습니다.

전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시장 가격으로 보면 8월 28일 기준 9월 BOJ 금리인상 가능성은 약 65%까지 반영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1.5%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보고 있습니다.

2027년 3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최소 1.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도 약 3분의 2였습니다.

일본이 오랫동안 초저금리를 유지했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정책 변화입니다.

베센트도 일본에 금리정상화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도 개입하고 있습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엔화의 심각한 저평가가 다른 경제문제와 경쟁적인 통화절하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해왔습니다.

미국이 일본과 공동 개입에 직접 나선 것도 이례적입니다.

최근에는 일본이 외환보유액에 포함된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하지 않고도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준의 FIMA Repo Facility를 활용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본이 엔화 방어를 위해 계속 미국 국채를 팔 경우 미국 장기금리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도 일본의 외환시장 문제를 단순히 일본만의 문제로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결국 미국은 일본이 시장개입만 반복하기보다 금리정책 자체를 정상화하기를 원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일본은 왜 금리를 빨리 못 올릴까?

그렇다고 BOJ가 미국처럼 금리를 빠르게 올리기도 어렵습니다.

일본은 세계에서 정부부채 규모가 가장 큰 국가 가운데 하나입니다.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면 일본 정부가 부담해야 할 국채 이자비용이 증가합니다.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도 함께 올라갑니다.

특히 오랜 기간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환경에 적응한 일본 경제가 갑작스러운 고금리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도 불확실합니다.

일본 국채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것도 부담입니다.

그래서 BOJ는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너무 빠르게 올리면 채권시장과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다카이치 정부의 재정정책도 엔화를 압박합니다

금리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Reuters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9%가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재정정책이 엔화 약세에 기여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식품 소비세 감면과 대규모 투자지출을 추진하면서 재원을 명확하게 마련하지 못한다면 일본 정부부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고 BOJ가 그 충격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한다면 엔화가 약해지기 쉬운 구조가 됩니다.

반대로 BOJ가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강하게 금리를 올리면 정부 재정 부담이 커집니다.

현재 일본의 엔화 문제는 외환시장 하나가 아니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서로 충돌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엔화 약세는 일본 기업에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과거에는 엔화가 약해지면 일본 수출기업이 좋다는 공식이 강했습니다.

도요타와 같은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엔화로 환산하면 실적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엔화가 너무 빠르게 약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일본은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합니다.

특히 Reuters에 따르면 일본 에너지 수입의 약 95%가 중동에서 들어옵니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로 에너지 가격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엔화까지 약하면 일본이 지불해야 하는 수입가격이 크게 상승합니다.

가계가 부담하는 휘발유와 전기·가스 비용이 올라가고 기업의 원재료 비용도 늘어납니다.

결국 적당한 엔저는 수출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친 엔저는 일본 경제 전체에 인플레이션을 수입하게 됩니다.

엔 캐리트레이드도 다시 중요한 변수입니다

일본 금리가 낮은 동안 글로벌 투자자들은 엔화로 자금을 빌려 미국 주식과 채권, 신흥국 자산, 심지어 암호화폐 같은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왔습니다.

그런데 BOJ가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 이 거래의 매력은 줄어듭니다.

엔화가 강세로 움직이면 빌린 엔화를 갚는 비용도 커집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기존 포지션을 정리하는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금리인상은 일본 주식과 엔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기술주와 글로벌 위험자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입니다.

특히 미국 연준이 동시에 매파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일본까지 금리를 올린다면 전 세계 유동성 환경은 이전보다 긴축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는 핵심은 160엔보다 BOJ의 실제 행동입니다

제 생각에는 달러·엔 160엔이라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지금부터는 일본은행이 실제로 금리를 올리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일본 정부는 이미 15조엔이 넘는 돈을 시장에 투입했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개입에도 엔화가 159엔대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시장이 단순한 개입보다 일본의 금리와 재정정책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대응한다면 달러·엔이 160엔을 잠깐 넘느냐보다 9월 BOJ 회의에서 1.25% 인상이 실제로 나오는지, 그리고 이후 추가 인상 가이던스까지 강화되는지를 보겠습니다.

금리를 올리면서도 엔화가 계속 약하다면 시장은 일본의 재정문제를 더 크게 보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BOJ 금리인상과 미국 금리 안정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달러·엔이 155엔 아래로 내려간다면 엔화의 추세 변화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한 달에 965억달러라는 기록적인 돈을 썼는데도 엔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현재 일본 외환시장의 문제가 얼마나 구조적인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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