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선분양 줄이고 주택담보대출 40년으로 확대, 부동산 위기 끝낼 수 있을까?

중국이 수십 년 동안 부동산 성장의 핵심으로 사용해온 선분양 제도를 크게 손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아파트가 완공되기도 전에 구매자가 대출을 받아 개발업체에 돈을 넘기고, 그 돈으로 다시 공사를 진행하는 구조를 줄이는 방향입니다.
동시에 개인 주택담보대출의 최장 만기는 기존 30년에서 40년으로 늘렸습니다.
한쪽에서는 개발업체가 구매자 돈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실제 집을 사려는 사람의 월 상환 부담을 낮춰 수요를 살리겠다는 것입니다.
중국 부동산 위기가 헝다 사태 이후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큰 제도 변화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중국 부동산 위기가 끝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중국이 선분양 제도를 왜 바꾸려고 할까?
중국 부동산 시장의 고속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대표적인 제도가 선분양입니다.
개발업체는 아파트를 완공하기 전에 먼저 판매하고 계약금을 비롯한 구매자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은행 대출과 회사채, 토지금융 등을 더해 다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집값이 계속 오르고 아파트가 계속 팔릴 때는 굉장히 빠른 성장모델이었습니다.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자신의 자본을 많이 투입하지 않아도 구매자가 낸 돈으로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2021년부터 중국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서 나타났습니다.
헝다를 비롯한 대형 개발업체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이미 돈을 받은 아파트의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집은 받지 못했는데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갚아야 하는 구매자까지 생겼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구매자들이 미완공 주택에 대한 대출 상환을 거부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났습니다.
결국 중국 정부가 이번에 손보려는 핵심은 단순히 주택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 구조 자체입니다.
앞으로는 집이 완공된 뒤 주택담보대출이 실행됩니다
8월 28일 중국인민은행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이 발표한 새로운 부동산 신용관리 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입니다.
완공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판매 등록 이후 개인 주택담보대출이 실행됩니다.
선분양 주택의 경우에는 더 엄격합니다.
프로젝트의 준공 등록이 완료된 이후에 개인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도록 했습니다.
과거에는 건물 골조가 올라가고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 자금이 개발사업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개발업체가 공사를 완료할 때까지 구매자의 주담대 자금을 훨씬 늦게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변화입니다.
과거처럼 집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수년간 주택담보대출을 갚아야 하는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가 강조하는 것도 결국 ‘집을 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선분양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는 조금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이 전국의 선분양을 당장 전면 금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방안에서는 선분양을 하는 경우 건물의 주요 구조가 완성된 상태, 즉 골조가 사실상 올라간 이후 판매할 수 있도록 조건을 강화했습니다.
동시에 선분양 자금의 감독을 강화합니다.
반대로 완공된 뒤 판매하는 현방 판매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구매자가 실제 집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 구조를 늘리겠다는 방향입니다.
이미 기존 허가를 받아 진행 중인 일부 프로젝트에는 기존 제도가 적용될 수 있어 모든 중국 아파트 시장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중국 정부는 선분양을 즉시 없애기보다 선분양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추고 완공주택 판매를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발업체는 공사할 돈을 어디서 구할까?
바로 이 문제가 이번 개혁의 핵심입니다.
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 자금이 준공 이후에야 들어온다면 개발업체는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다른 자금이 필요합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은행의 프로젝트 금융으로 대체하려고 합니다.
새 제도에서는 부동산 개발대출에 ‘주거래은행 제도’를 도입합니다.
각 부동산 프로젝트에는 하나의 주거래은행이 지정되고 해당 은행이 직접 대출하거나 다른 은행들과 공동대출을 구성하게 됩니다.
대출도 개발회사 전체의 신용만 보는 방식에서 개별 프로젝트가 실제로 완공 가능한지를 더 중요하게 보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선분양 프로젝트의 개발대출은 최대 5년, 완공주택 판매 프로젝트와 상업용 부동산 프로젝트는 최대 7년까지 가능합니다.
첫 원금 상환 시점도 원칙적으로 준공 등록 이후로 설정하도록 했습니다.
개발업체가 공사를 완료하기도 전에 대출 원금을 갚느라 자금이 마르는 문제를 줄이려는 것입니다.

결국 튼튼한 개발업체에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모든 중국 건설사와 개발업체에 똑같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재무상태가 양호하고 실제로 완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가진 대형 국유 개발업체는 은행에서 프로젝트 금융을 받기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습니다.
반면 부채가 많고 현금흐름이 나쁜 중소 개발업체는 구매자의 선분양 자금에도 의존하기 어려워지고 은행 대출 심사까지 통과해야 합니다.
일부 업체는 사업을 축소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중국 정부도 어느 정도 이런 구조조정을 의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처럼 모든 개발업체를 살려 다시 부동산 호황을 만드는 것보다, 살아남을 수 있는 프로젝트에는 자금을 공급하고 부실업체는 정리하면서 금융시스템 전체로 위험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는 방향에 가깝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최장 40년까지 늘어납니다
수요 측면에서는 정반대 정책이 들어갔습니다.
개인 주택담보대출의 최장 만기를 기존 30년에서 40년으로 확대했습니다.
구체적인 대출 기간은 구매자와 은행이 협의해 결정하게 됩니다.
40년 만기가 중요한 이유는 월 상환액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단순한 비교를 위해 100만위안을 연 3.5% 금리로 원리금균등 상환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30년 대출이면 월 상환액은 약 4,490위안 수준입니다.
40년으로 늘리면 약 3,874위안까지 낮아집니다.
매달 약 600위안 이상 부담이 줄어드는 셈입니다.
집값이 높고 소득 증가가 둔화된 상황에서는 구매 가능한 주택가격을 높이는 효과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짜 혜택은 아닙니다.
같은 조건에서 30년 동안 내는 전체 이자는 약 61만7천위안인데 40년으로 늘리면 약 85만9천위안으로 증가합니다.
월 부담은 줄지만 총이자는 훨씬 많아집니다.
따라서 중국의 40년 주담대 정책은 집을 싸게 만들어주는 정책이라기보다 구매자의 월 현금흐름 부담을 낮춰 주택 구매력을 높이는 정책에 더 가깝습니다.
중국 부동산은 지금 얼마나 심각할까?
이번 대책이 나온 시점을 보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Reuters가 8월 17일부터 27일까지 11개 기관을 조사한 결과 중국 주택가격은 2026년 전체로 약 3.4%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문제는 가격보다 투자와 판매입니다.
올해 중국 부동산 개발투자는 약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불과 지난 5월 조사에서는 12% 감소가 예상됐는데 전망이 훨씬 악화됐습니다.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 판매면적 역시 올해 약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구매규제와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잇달아 완화하고 있는데도 전국적인 수요 회복은 아직 강하지 않습니다.
중국 부동산 위기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과 실제 사람들이 집을 사고 싶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중국인들이 집값 상승을 믿지 않으면 40년 대출도 효과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과거 중국에서는 집을 사는 것이 거주 목적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자산증식 방법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미래 소득을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받는 것이 합리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수년간 집값이 떨어지고 헝다와 비구이위안 같은 대형 개발업체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경험했습니다.
일부 지방도시는 2020년 이후 집값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30년에서 40년으로 늘려준다고 사람들이 바로 집을 사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 사면 몇 년 뒤 더 싸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남아 있다면 정책효과는 제한적입니다.
결국 중국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것은 대출 만기보다 부동산 가격과 주택인도에 대한 신뢰입니다.
대도시와 지방도시는 더 크게 갈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 부동산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것도 위험합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처럼 일자리와 인구가 몰리는 대도시에는 여전히 실수요가 존재합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구매규제를 완화하면 이들 지역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거래가 반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인구가 줄거나 이미 아파트 공급이 과도한 지방도시는 상황이 다릅니다.
대출 만기를 늘려도 살 사람이 부족하다면 재고를 줄이기 어렵습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대도시의 가격을 폭등시키지 않으면서 지방의 과잉주택을 정리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중국 부동산 회복 여부를 볼 때 전국 평균 집값 하나만 확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1선 도시와 2·3선 도시의 거래량과 가격을 따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증시에도 중국 부동산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면 한국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아파트 건설이 늘면 철강과 화학제품, 건설장비, 구리와 각종 산업재 수요가 증가합니다.
가계가 자신의 주택가격이 안정됐다고 느끼면 소비도 회복될 수 있습니다.
중국 소비가 살아난다면 한국의 화장품과 면세, 유통, 여행 관련 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동산 투자와 건설이 계속 20% 가까이 감소한다면 중국 내수와 건설 관련 원자재 수요는 계속 약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철강·석유화학 기업들이 중국 공급과 수요 변화에 민감한 이유입니다.
중국 부동산은 중국 건설사 몇 곳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소비와 지방정부 재정, 은행, 원자재까지 연결되는 거대한 경제변수입니다.
이번 정책으로 중국 부동산 위기가 끝날까?
제가 보기에는 이번 정책을 ‘부동산 부양책’ 하나로만 보면 핵심을 놓치기 쉽습니다.
중국 정부는 과거와 같은 부채 중심 부동산 호황을 다시 만들려는 것보다는 부동산 시장의 작동방식을 바꾸려는 쪽에 가깝습니다.
구매자가 먼저 돈을 내고 개발업체가 그 돈으로 다른 사업을 벌이던 구조를 줄이고, 은행이 프로젝트를 심사해 공사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동시에 40년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해 실제 구매자의 월 부담은 낮추려고 합니다.
방향 자체는 이전보다 지속가능해 보입니다.
특히 ‘집도 못 받았는데 대출부터 갚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구매자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정책 하나로 중국 부동산 위기가 바로 끝날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올해 부동산 개발투자가 약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판매면적도 계속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지방도시의 과잉재고와 개발업체 부채, 지방정부의 토지판매 수입 감소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확인한다면 먼저 신규주택 판매가 실제로 회복되는지 보겠습니다.
두 번째는 부동산 개발투자 감소폭이 줄어드는지, 세 번째는 완공주택 판매가 얼마나 확대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집값 안정이 상하이와 선전 같은 일부 대도시에만 나타나는지 아니면 지방도시까지 퍼지는지입니다.
이 지표들이 동시에 개선되기 시작해야 중국 부동산 위기가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0년 주택담보대출은 중국인들에게 집을 살 시간을 더 늘려줬습니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에 정말 필요한 것은 10년의 추가 대출기간보다 “이 집을 사도 완공되고, 앞으로 가치가 크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개혁의 성패 역시 결국 그 신뢰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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