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E 높은 기업은 무조건 좋은 주식일까? 부채비율도 봐야 하는 이유

ROE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기업이라고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ROE는 자기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으로 바꿨는지 보여주는 지표지만, 자기자본이 작아지거나 부채를 많이 사용해도 숫자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ROE가 높은 기업을 고를 때는 부채비율, 이자비용, 현금흐름을 함께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ROE가 높다는 뜻부터 정확히 보면
ROE는 자기자본이익률입니다. 계산은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구합니다.
ROE = 당기순이익 ÷ 자기자본 × 100
자기자본 1,000억원인 기업이 연간 순이익 150억원을 냈다면 ROE는 15%입니다. 같은 업종의 다른 기업이 자기자본 1,000억원으로 순이익 80억원을 냈다면 ROE는 8%입니다.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첫 번째 기업이 주주의 자본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이라는 전제입니다. 기업이 빚을 늘리면 자기자본보다 더 큰 자산을 운용할 수 있고, 그 자산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이자비용보다 크다면 ROE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때 높은 ROE는 경쟁력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레버리지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ROE라도 부채가 많으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단순한 예로 비교해보겠습니다.
A기업은 자기자본 1,000억원, 부채 200억원을 가지고 있고 순이익이 150억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ROE는 15%, 부채비율은 20%입니다.
B기업은 자기자본이 똑같이 1,000억원이지만 부채가 1,000억원이고 순이익이 200억원입니다. ROE는 20%, 부채비율은 100%입니다.
숫자 하나만 보면 B기업의 ROE가 더 좋습니다. 하지만 경기침체로 영업이익이 줄거나 금리가 올라 이자비용이 커지면 B기업의 순이익이 더 빠르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부채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면 좋은 시기에는 ROE가 빠르게 높아지고 나쁜 시기에는 반대로 이익 감소폭도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ROE가 높은 기업을 볼 때는 먼저 이 회사의 높은 ROE가 영업 경쟁력에서 나온 것인지, 부채에서 나온 것인지를 구분하는 편이 낫습니다.
부채비율은 몇 %면 위험하다고 볼까

부채비율은 총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계산합니다.
부채비율 = 총부채 ÷ 자기자본 × 100
다만 100%, 200% 같은 숫자를 모든 업종에 똑같이 적용하면 안 됩니다. 은행·보험처럼 사업 자체가 부채를 활용하는 업종과 제조업의 적정 부채 수준은 다릅니다. 조선·건설처럼 선수금이나 계약부채가 큰 업종도 숫자만 보고 일반 제조업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같은 업종의 경쟁사와 비교하고, 최근 3~5년 동안 부채비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를 같이 보는 게 더 유용합니다. 매출과 현금흐름이 늘면서 부채비율이 안정되는 기업과, 이익이 정체된 상태에서 차입금만 빠르게 늘어 ROE를 유지하는 기업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ROE와 함께 네 가지를 보면 훨씬 선명해집니다
첫째는 ROA입니다. ROA는 기업이 보유한 전체 자산으로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를 보여줍니다. ROE는 높은데 ROA가 유난히 낮다면 부채를 많이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는 이자보상배율입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보는 지표입니다. ROE가 높아도 영업이익 대부분을 이자로 내고 있다면 금리 상승이나 실적 악화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영업현금흐름입니다. 회계상 순이익은 좋아 보이는데 실제 영업에서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가 반복된다면 ROE의 질을 다시 봐야 합니다.
넷째는 자본 감소 원인입니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으로 자기자본이 줄면 분모가 작아져 ROE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높은 ROE를 매출 성장이나 영업 경쟁력 개선으로만 해석하면 안 됩니다.
ROE 20% 기업과 ROE 12% 기업 중 무엇을 고를까

ROE 20%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첫 번째 기업을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ROE 20%이지만 부채가 빠르게 늘고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기업보다 ROE 12%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순현금이 많고 영업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쁜 기업도 아닙니다. 차입금으로 공장을 증설하고 그 투자에서 자본비용보다 높은 수익을 계속 만들어낸다면 레버리지는 주주가치를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부채 자체가 아니라 그 돈으로 벌어들이는 수익과 이자를 감당할 현금흐름입니다.
재무제표에서 실제로 확인하는 순서
실전에서는 한 해의 ROE만 보지 말고 최소 3년 정도를 나란히 보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ROE가 일시적으로 튄 해가 있는지 확인하고, 같은 기간 자기자본과 순이익이 어떻게 변했는지 봅니다. 다음으로 부채총계와 차입금, 이자비용을 확인한 뒤 영업현금흐름이 순이익과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비교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순이익은 30% 늘었는데 영업현금흐름은 감소하고 차입금이 크게 늘었다면 숫자만 보고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결론내리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하고 현금도 함께 늘면서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가운데 ROE가 상승했다면 훨씬 질 좋은 개선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기업을 비교할 때는 같은 기준을 써야 합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인지 별도재무제표 기준인지, 일회성 자산매각이익이 순이익을 끌어올린 것은 아닌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일회성 이익으로 ROE가 한 해만 급등했다면 다음 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ROE가 높고 부채비율도 높으면 무조건 피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진 기업이 적정한 차입을 활용해 높은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금리가 오르거나 실적이 나빠졌을 때 이자와 원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ROE는 기업을 빠르게 거르는 좋은 첫 지표지만 마지막 지표는 아닙니다. 높은 ROE를 발견했다면 부채비율의 절대 수준보다 같은 업종 대비 위치, 최근 추세, 이자비용, 영업현금흐름을 같이 보세요. 좋은 ROE는 단순히 숫자가 높은 ROE가 아니라 과도한 재무위험 없이 반복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ROE에 가깝습니다.
Finzoom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