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다시 4,600달러 돌파, 사상 최고가 향해 가나? 달러 약세보다 중요한 이유

금값이 다시 온스당 4,600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4,000달러 부근까지 밀렸던 금이 빠른 속도로 반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다시 금으로 향하고 있다.
8월 21일 미국 시장에서 현물 금 가격은 온스당 4,623.94달러로 전일보다 2.4% 상승했고, 장중에는 4,631.99달러까지 올랐다. 이번 주 상승률만 5%가 넘는다.
그렇다면 지금 금값이 오르는 이유는 단순히 안전자산 선호 때문일까?
이번 상승을 이해하려면 금 자체보다 미국 국채와 달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먼저 볼 필요가 있다.
금값이 갑자기 4,600달러를 넘어선 이유
이번 금값 상승의 직접적인 계기 가운데 하나는 미국 재무부의 장기국채 바이백 확대 계획이다.
미국 재무부는 시장에 이미 발행돼 있는 장기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바이백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10~30년 만기의 장기국채 매입 한도를 회당 최소 40억달러 수준으로 늘리는 계획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국채 바이백 자체는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이다. 문제는 지금 미국의 상황이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장기국채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겠다고 나서자 시장 일부에서는 이를 단순한 시장 안정 조치가 아니라 장기금리를 억제하려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달러 가치에 대한 불안이 커졌고 금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했다.
왜 달러가 약해지면 금값은 오를까?
금은 국제시장에서 주로 달러로 거래된다.
따라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금을 싸게 살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달러 약세가 금 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 발표 이후 달러는 압박을 받았고, 8월 21일에는 유로 대비 약 3개월 만의 저점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환율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장이 더 민감하게 보고 있는 것은 미국의 재정건전성과 달러의 장기적인 구매력이다.
미국 정부의 부채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채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달러 가치가 장기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이른바 ‘달러 가치 희석’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특정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가 아닌 금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금과 비트코인이 같이 오른 것도 우연이 아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번에 금만 오른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도 함께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두 자산은 성격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금은 수천 년 동안 가치저장 수단으로 사용됐고 중앙은행들도 보유하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이다. 반면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고 위험자산 성격도 강하다.
그런데 두 자산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법정화폐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그래서 달러 가치와 미국 재정에 대한 불안이 커질 때 일부 투자자들이 금과 비트코인을 동시에 대체 가치저장 수단으로 바라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시장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렇다고 금이 사상 최고가를 돌파한 것은 아니다
금값이 4,600달러를 넘어섰다는 숫자만 보면 역사적인 최고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현재 가격은 사상 최고가가 아니다.
COMEX 금 선물 기준으로 올해 1월 기록한 최고가는 온스당 5,318.40달러다.
8월 21일 최근월물 종가는 4,624.10달러로, 최고가와 비교하면 아직 약 13% 낮은 수준이다.
다만 최근 움직임은 강하다.
최근 3주 동안 금 선물은 약 14.2% 상승했고 이번 주에만 5.56% 올랐다. 현물 가격도 3개월여 만의 최고 수준까지 회복했다.
기술적으로도 금값이 약 4,513달러에 위치했던 20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선 점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즉 현재 상황은 ‘사상 최고가 돌파’가 아니라 큰 폭의 조정을 거친 금값이 다시 강한 상승 흐름을 만들고 있는 단계에 가깝다.
지금 금을 사도 될까?
여기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금값이 강하게 오른다고 해서 지금 당장 매수하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단기간에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추격매수 위험도 커졌다.
금은 주식처럼 기업이 이익을 내거나 배당을 지급하는 자산이 아니다. 금 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실질금리와 달러 가치, 인플레이션 기대, 중앙은행 수요, 지정학적 위험,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등이다.
특히 앞으로 미국 금리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면 금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금 자체에서는 이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국채의 매력이 커지면 금을 보유할 기회비용도 증가한다.
따라서 최근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금을 따라 사기보다는 왜 금값이 오르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금값에서 봐야 할 세 가지
첫 번째는 미국 국채시장이다.
재무부의 바이백 확대에도 장기국채 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면 미국의 재정과 국채 수요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달러다.
최근 금 상승의 핵심 동력 가운데 하나가 달러 약세였기 때문에 달러가 다시 강하게 반등하면 금 가격의 상승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정책이다.
시장이 예상하는 금리 경로가 바뀌면 달러와 국채금리가 동시에 움직이면서 금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지금 금값 4,600달러는 단순히 ‘금이 다시 인기다’라는 의미로만 볼 숫자가 아니다.
미국 국채와 재정에 대한 불안, 달러 약세, 금리 전망 변화가 한꺼번에 반영되고 있는 가격에 가깝다.
금값이 올해 최고가인 5,318달러 부근으로 다시 향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최근 금의 움직임을 이해하려면 금 차트만 볼 것이 아니라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의 움직임을 함께 봐야 한다.
이번 금값 상승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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