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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DB형 DC형 전환, 임금피크제 전에 바꿔야 할까?

Finzoom 읽는 시간 약 7분

퇴직연금이 DB형인데 임금피크제를 앞두고 있다면 ‘무조건 DC형으로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임금피크제로 실제 임금이 내려가고, DB형 퇴직급여가 퇴직 시점의 평균임금을 중심으로 계산되는 구조라면 전환 시점을 반드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임금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직전에 DB에서 DC로 전환할 수 있는 사업장이라면 과거 근속기간의 퇴직급여 기준을 낮아진 임금에 계속 노출시키지 않는 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DB형은 마지막 임금 수준이 퇴직급여에 큰 영향을 줍니다

DB형은 근로자가 받을 급여 수준이 미리 정해지고 회사가 적립금 운용 책임을 지는 제도입니다. 법상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급여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의 평균임금에 상당하는 금액 이상이 되도록 설계됩니다. 반면 DC형의 사용자 부담금은 가입자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이 기본 구조입니다.

문제는 임금피크제입니다. 정년을 앞두고 급여가 단계적으로 낮아지면 퇴직 직전 평균임금도 함께 낮아질 수 있습니다. 과거에 높은 임금을 받으며 오래 근무했더라도 DB형 산식에 적용되는 기준임금이 내려가면 전체 근속기간에 대한 퇴직급여가 줄어드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행 퇴직급여법은 일정 연령이나 근속시점 등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하면서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해 퇴직급여가 감소할 수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그 가능성을 미리 알리고 근로자대표와 협의해 DC형 전환이나 퇴직급여 산정기준 개선 등 감소 예방조치를 하도록 두고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전환 시점이 왜 중요한지 보입니다

단순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임금피크제 직전 월 평균임금을 600만원, 근속기간을 20년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다른 조건을 제외하면 당시까지 쌓인 퇴직급여 수준을 단순 계산한 값은 약 1억2,000만원입니다.

이후 임금피크제로 임금이 20% 줄어 월 480만원이 되고 3년 뒤 퇴직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퇴직 시점의 월 평균임금이 480만원 수준이라고 단순화하면 23년을 적용한 값은 약 1억1,040만원입니다. 3년을 더 근무했는데도 단순 계산액은 임금피크 직전보다 약 960만원 낮아집니다.

반대로 회사 규약상 DB에서 DC로 전환할 수 있고 임금피크 직전에 과거 근속분을 적절히 이전했다고 가정하면, 이전 시점까지의 약 1억2,000만원 상당 적립금을 DC에서 운용하고 이후 3년 동안 낮아진 임금을 기준으로 회사 부담금이 추가되는 구조가 됩니다.

연봉이 5,760만원이라면 DC 부담금은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이므로 단순 계산으로 연 480만원, 3년이면 1,440만원입니다. 투자수익률을 0%라고 놓아도 합계는 약 1억3,440만원 수준입니다.

이 계산은 제도 이해를 위한 단순 예시입니다. 실제 이전금액, 평균임금, 상여금 포함 여부, 규약, 운용수익률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근로자가 원할 때 바로 DB에서 DC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DB·DC 전환은 개인이 증권사 앱에서 선택하는 상품 변경과 다릅니다. 사업장에 어떤 퇴직연금제도가 설정돼 있는지, 퇴직연금규약이 제도 전환을 허용하는지, 필요한 절차가 갖춰져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한 사업장에 DB형과 DC형이 함께 설정돼 있고 규약에 따라 전환하는 경우 DB에서 DC로 바꿀 때 기존 적립금을 DC로 이전해 근로자가 운용하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반면 DC에서 다시 DB로 전환할 때 이미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던 적립금을 DB로 되돌리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으며, 전환 전 기간은 DC, 이후 기간은 DB로 나눠 급여를 산정하는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시작 직전에 “지금 바꾸고 싶다”고 해도 회사 제도와 규약상 전환 절차가 없다면 즉시 실행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인사팀이나 퇴직연금 담당부서에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DC형으로 바꾸면 투자위험은 내가 떠안습니다

DB형은 적립금 운용 결과가 나빠져도 약정된 퇴직급여 지급 책임을 회사가 부담합니다. DC형은 회사가 정해진 부담금을 넣으면 이후 운용성과가 가입자의 최종 적립금에 반영됩니다.

임금피크 직전 전환으로 과거 근속분을 높은 임금 기준에서 분리해 놓더라도 DC 계좌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결과가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용해 수익이 발생하면 DB형보다 유리해질 여지도 있습니다. 결국 전환은 퇴직금 방어뿐 아니라 남은 근속기간과 운용위험까지 같이 보는 문제입니다.

퇴직이 1~2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위험자산 비중을 크게 높여 단기간 수익을 노리는 방식은 별개의 위험을 만듭니다. 전환 뒤 어떤 자산배분을 할지도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임금피크제 전에 확인할 순서

먼저 회사 퇴직연금이 현재 DB형인지, DB·DC를 함께 운영하는지 확인합니다. 다음으로 임금피크 시작일과 임금 삭감률, 퇴직 예정일을 봅니다. 그다음 인사팀에 DB→DC 전환 가능 여부와 신청기한, 전환일, 과거 근속분의 이전금액 계산방식을 서면으로 문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환하지 않았을 때의 예상 DB 퇴직급여’와 ‘전환했을 때 이전되는 금액+향후 DC 부담금’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합니다. 금융회사 앱에 표시되는 현재 적립금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임금피크제가 시작되면 DB형 퇴직금은 무조건 줄어드나요?

무조건은 아닙니다. 임금 삭감폭, 적용기간, 회사의 산정기준 개선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만 퇴직 직전 평균임금이 낮아지고 별도의 감소 방지장치가 없다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사전 계산이 필요합니다.

DB에서 DC로 바꾸면 과거 근속기간이 사라지나요?

규약에 따른 정상적인 전환이라면 과거 근속분을 반영한 금액이 DC 적립금으로 이전되는 방식이 가능하므로 근속기간이 그냥 사라지는 개념은 아닙니다. 실제 이전금액 산식은 회사 규약과 사업자의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전환 시점은 임금피크제 직전이 항상 좋은가요?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임금이 다시 오를 가능성, 남은 근속기간, DC 운용수익률과 위험, 회사가 별도 보전방식을 두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임금피크제를 앞둔 DB형 가입자의 핵심은 ‘DB가 나쁘고 DC가 좋다’가 아닙니다. 임금이 내려가기 전에 과거 근속분의 기준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 회사 규약상 실제 전환이 가능한지, 전환 뒤 적립금을 어떤 위험 수준으로 운용할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임금피크 시작일이 정해져 있다면 충분히 앞서 두 방식의 예상 퇴직급여를 받아 비교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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