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창업자 무기징역, 중국 부동산 위기는 정말 끝난 걸까?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과도 같았던 헝다그룹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중국 법원은 8월 20일 헝다그룹 창업자 쉬자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2021년 헝다가 대규모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디폴트에 빠진 지 약 5년 만입니다.
한때 아시아 최고 부자였던 기업인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경제적으로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헝다 문제가 정리되면 수년 동안 중국 경제를 짓눌렀던 부동산 위기도 이제 끝나는 것일까요?
최근 중국의 실제 부동산 지표를 보면 아직 그렇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헝다 창업자 쉬자인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중국 선전시 중급인민법원은 쉬자인에게 자금조달 사기와 자금 유용, 불법 대출, 증권 관련 사기, 뇌물 등 여러 혐의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개인 재산도 몰수됐습니다.
쉬자인만 처벌받은 것도 아닙니다. 헝다그룹에는 88억2천만 위안, 핵심 부동산 자회사인 헝다부동산에는 70억 위안의 벌금이 부과됐습니다.
두 회사에 부과된 벌금을 합치면 158억2천만 위안에 달합니다.
다른 헝다 관계자들도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중국 당국의 조사에서는 헝다가 장기간 자산을 부풀리고 부채를 숨기는 등 대규모 금융사기를 벌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쉬자인은 앞서 4월 재판에서 여러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3천억 달러가 넘는 부채가 남긴 충격
헝다는 한때 중국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성장한 부동산 개발회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중국의 집값 상승과 도시화에 올라타 전국에서 대규모 주택사업을 벌였습니다.
문제는 성장 방식이었습니다.
막대한 돈을 빌려 토지를 사고 아파트를 분양한 뒤 다시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고부채 구조였습니다.
집값과 분양이 계속 증가한다면 이런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업체의 과도한 차입을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헝다의 자금줄이 막혔고 결국 2021년 채무불이행에 빠졌습니다.
당시 헝다가 떠안고 있던 부채는 3천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헝다 문제는 한 기업의 파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른 부동산 개발회사에 대한 불신으로 번졌고 중국 주택시장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헝다는 정리되는데 중국 부동산은 아직 더 나빠지고 있다
헝다 창업자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고 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이 회복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최신 통계에서는 침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7월까지 전국 부동산 개발투자는 4조3,009억 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2% 감소했습니다.
주택 투자만 따로 보면 19.1% 줄었습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건설사업입니다.
같은 기간 신규 착공면적은 전년보다 24.0% 감소했고 주택 신규 착공면적은 24.6% 줄었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새로운 아파트 사업을 시작하는 데 여전히 매우 조심스럽다는 의미입니다.
완공면적도 23.2% 감소했습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공급뿐 아니라 수요 역시 약합니다.
올해 1~7월 중국의 신규 상품용 부동산 판매면적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8% 감소했습니다.
주택 판매면적은 12.7% 줄었습니다.
판매금액 역시 13.1% 감소했고 주택 판매액은 13.2% 감소했습니다.
정부가 여러 부양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전국적으로 주택 수요가 강하게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 부동산 문제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강했던 시기에는 사람들이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샀습니다.
개발업체도 앞으로 분양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토지를 매입하고 아파트를 건설했습니다.
하지만 집값이 하락하고 개발업체가 무너지는 모습을 경험한 소비자는 이전처럼 쉽게 집을 사지 않습니다.
그래도 일부 대도시에서는 변화가 보인다
모든 지표가 똑같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7월 중국 1선 도시의 신규주택 가격은 전월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보합을 기록했습니다.
상하이는 0.2%, 광저우는 0.1%, 선전은 0.2% 상승했습니다. 반면 베이징은 0.3% 하락했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선·2선·3선 도시의 주택가격이 전년 대비로는 여전히 하락하고 있지만 하락 폭이 전반적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중국 부동산이 아무런 개선 없이 계속 추락하고 있다는 뜻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정부 지원이 집중되는 대도시와 수요가 부족한 지방도시 사이에서 시장이 갈라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을 예전처럼 살리지 않는 이유
과거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가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부동산 가격을 다시 급등시키는 것보다 미분양 주택을 줄이고 부실 개발업체를 정리하면서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과거처럼 부채를 늘려 부동산 경기를 다시 과열시키면 몇 년 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중국은 경제의 성장축을 부동산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옮기려 하고 있습니다.
AI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로봇 등 전략산업을 키우는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결국 중국 경제의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것입니다.
문제는 부동산이 중국 가계 자산에서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의존도를 줄이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중국 가계에서 주택은 매우 중요한 자산입니다.
집값이 오르면 자신의 자산이 늘었다고 느끼기 때문에 소비를 늘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이를 자산효과라고 합니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 중국 정부가 소비를 늘리려고 해도 가계가 돈을 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택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철강과 시멘트, 가전, 가구, 건설장비 등 관련 산업도 영향을 받습니다.
부동산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직접적인 비중만 보고 위기의 크기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지방정부도 부동산 침체에서 자유롭지 않다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 역시 부동산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지방정부는 오랫동안 토지사용권을 부동산 개발업체에 판매해 상당한 재원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개발업체들이 신규 사업을 줄이면 토지 수요도 감소합니다.
토지 판매수입이 줄어들면 지방정부는 인프라 투자와 각종 지역사업에 사용할 돈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부동산 침체가 개발업체에서 가계로, 다시 지방정부 재정으로 연결됩니다.
이 구조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 부동산 조정도 장기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도 중국 부동산은 중요한 변수다
중국 부동산 문제는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 침체로 둔화되면 중국 소비와 기업투자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과 교역 규모가 큰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의 경기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재 등 중국 건설·제조 경기와 연결된 업종은 중국 내수 부진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 정부가 부동산 대신 반도체와 AI, 전기차 같은 첨단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경쟁 압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 경제의 중심이 부동산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헝다의 몰락은 끝났지만 부동산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쉬자인에 대한 무기징역 선고는 중국 부동산 위기의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한때 중국 성장의 상징이었던 기업이 결국 파산하고 창업자까지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면서 헝다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헝다 한 회사를 정리한다고 중국 부동산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2026년 1~7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여전히 19.2% 감소했고 신규 주택 판매와 착공 역시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 대도시의 집값 하락세가 완화되는 등 바닥을 찾는 신호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중국 부동산을 볼 때는 ‘위기가 끝났다’와 ‘계속 붕괴한다’라는 두 극단적인 해석보다 실제 지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택 판매가 회복되는지, 신규 착공이 증가하는지, 개발투자 감소폭이 줄어드는지, 그리고 집값 안정이 대도시에서 지방도시까지 확산되는지를 봐야 합니다.
헝다 창업자의 무기징역은 중국 부동산 위기의 끝이라기보다 과거의 부채 중심 성장모델을 정리하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에 더 가깝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