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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인 SHEIN 홍콩 상장 첫날 급락, 공모가·기업가치

Finzoom 읽는 시간 약 11분

세계적인 초저가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오랜 상장 도전 끝에 9월 1일 홍콩증시에 입성했습니다. 그런데 축포를 터뜨리기에는 첫날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공모가 48.56홍콩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뒤 주가가 장중 크게 밀렸고, 한때 10% 가까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쉬인의 성장성과 규제 부담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쉬인이 갑자기 작은 회사가 된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소비자가 이용하는 대표적인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고, 5달러짜리 상의와 10달러 안팎의 드레스처럼 기존 패션업체들이 따라가기 힘든 가격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서는 과거 얼마나 빨리 성장했는지보다 앞으로 그 성장률과 이익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번 홍콩 상장은 바로 그 질문에 시장이 처음 가격을 매기기 시작한 사건입니다.

쉬인 홍콩 상장 공모가는 48.56홍콩달러입니다

쉬인의 홍콩증권거래소 종목코드는 625입니다.

9월 1일부터 홍콩 메인보드에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최종 공모가격은 주당 48.56홍콩달러로 결정됐습니다.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약 136억홍콩달러, 미국 달러로 약 17억4천만달러입니다.

공모가격을 기준으로 한 기업가치는 약 265억달러였습니다.

홍콩 개인투자자 대상 공모는 약 5.63배, 국제기관 배정 부분은 약 2.59배 청약됐습니다.

청약 자체가 미달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인기 IPO에서 나타나는 폭발적인 경쟁률과 비교하면 투자자의 반응이 상당히 조심스러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주가도 거래 시작 직후에는 공모가 부근에서 움직이다 이후 약세가 강해졌습니다.

작성 시점에는 홍콩 정규장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첫날 종가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장중 8% 안팎의 하락이 나타났고 한때 약 43.7홍콩달러까지 떨어지며 공모가보다 10% 가까이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상장 첫날 10% 하락 마감”보다는 상장 첫날 장중 한때 10% 가까이 급락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쉬인의 진짜 충격은 첫날 주가보다 기업가치입니다

저는 오늘 주가보다 기업가치 변화가 더 눈에 들어옵니다.

쉬인은 2022년 투자유치 당시 한때 약 1천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비상장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2023년 투자유치 때도 기업가치는 약 660억달러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홍콩 IPO에서는 약 265억달러까지 내려왔습니다.

2022년 최고 평가와 비교하면 거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이미 IPO 전에 엄청난 가치 조정을 받은 상태인데 상장 당일 시장이 그 가격에서도 추가 할인을 요구하고 있는 셈입니다.

기업가치가 이렇게 떨어졌다는 것은 단순히 패션업계 인기가 줄었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쉬인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초저가 직구 사업모델의 수익성이 과거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쉬인은 어떻게 그렇게 싸게 팔 수 있었을까?

쉬인의 가장 큰 경쟁력은 빠른 상품회전과 가격입니다.

기존 패션기업처럼 계절마다 대량으로 옷을 생산한 뒤 재고를 판매하는 방식과 조금 다릅니다.

온라인에서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분석하고 처음에는 제품을 소량 생산한 뒤 잘 팔리는 상품만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고 위험을 낮췄습니다.

여기에 중국의 거대한 의류 공급망을 이용해 제품 개발에서 판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였습니다.

또 미국과 유럽 소비자에게 작은 소포 단위로 제품을 직접 배송하면서 소액 수입품에 적용되던 관세 면제나 간소화 제도의 혜택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구조가 합쳐지면서 기존 패션기업이 맞추기 힘든 가격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여러 조건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소액 직구 규제가 쉬인에 중요한 이유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중국발 초저가 전자상거래에 대한 규제가 계속 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쉬인과 테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저가 소포 관세혜택이 축소되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습니다.

과거에는 중국 공장에서 개별 소비자에게 작은 소포를 직접 발송하는 방식이 상당히 효율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관세와 통관비용이 붙으면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소비자 가격을 올리거나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마진을 줄여야 합니다.

쉬인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엄청나게 싼 가격’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 방법 모두 부담스럽습니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고, 가격을 유지하면 회사의 이익이 줄어듭니다.

상장한 바로 오늘 프랑스에서도 새 규제가 시작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쉬인이 홍콩증시에 상장한 9월 1일부터 프랑스에서는 초저가 패스트패션에 대한 새로운 환경 부담이 시행됐습니다.

제품 종류와 가격 등에 따라 0.25유로부터 최대 12유로까지 부담금이 붙을 수 있으며 세전 판매가격의 최대 50%까지 적용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특히 매일 방대한 숫자의 저가 상품을 올리는 쉬인이나 테무 같은 플랫폼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Zara나 H&M처럼 판매상품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기존 패션기업과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상당히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관세는 국가 간 무역정책 변화에 따라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유럽에서 환경과 폐기물 문제를 이유로 초저가 패션 자체를 규제하기 시작하면 쉬인의 사업모델을 구조적으로 바꿔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테무와의 경쟁도 쉬인을 힘들게 합니다

쉬인이 처음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때만 해도 중국발 초저가 쇼핑 플랫폼 가운데 쉬인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테무가 등장했습니다.

쉬인은 여전히 패션에 강점이 있지만 테무는 의류뿐 아니라 생활용품, 전자제품, 주방용품, 잡화까지 훨씬 넓은 상품을 판매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플랫폼에서 옷과 생활용품을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두 회사가 가격경쟁과 광고경쟁을 계속하면 시장점유율은 늘릴 수 있어도 고객 한 명을 데려오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증가합니다.

결국 쉬인 입장에서는 관세와 통관비용은 올라가는데 광고비까지 많이 써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초고속 성장을 전제로 만들어진 높은 기업가치가 낮아진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적에서는 이미 수익성 둔화가 보입니다

쉬인의 2025년 매출은 약 418억달러로 전년보다 8% 증가했습니다.

매출 자체는 여전히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순이익은 약 20억6천만달러로 39% 감소했습니다.

더 눈에 띄는 것은 2026년 1분기입니다.

쉬인은 1분기에 약 9,9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에는 이익을 냈던 회사가 적자로 돌아선 것입니다.

회계상 일회성 비용의 영향도 있었기 때문에 한 분기 숫자 하나만으로 사업 전체가 적자로 변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관세와 물류비, 마케팅비 증가가 함께 나타나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약해진 것은 투자자가 무시하기 어려운 변화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매출 400억달러가 넘는다는 사실보다 앞으로 매출 1달러를 늘릴 때 얼마나 많은 이익이 남는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쉬인 상장 첫날 급락은 무엇을 의미할까?

제 생각에는 상장 첫날 주가가 떨어졌다는 사실만 가지고 쉬인의 사업이 끝났다고 보는 것도 지나칩니다.

쉬인은 여전히 막대한 고객 기반과 공급망,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패션뿐 아니라 제3자 판매자를 입점시키는 마켓플레이스를 확대하고 상품군도 넓히면서 사업구조를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공모가보다 주가가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싸다고 판단하는 것도 위험해 보입니다.

이미 기업가치가 1천억달러에서 265억달러까지 크게 내려왔지만 그 과정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성장률 둔화와 관세, 규제, 테무와의 경쟁, 수익성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장이 묻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265억달러라는 기업가치에서도 앞으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느냐입니다.

제가 쉬인 주가를 본다면 공모가보다 실적을 먼저 보겠습니다

상장 초기에는 48.56홍콩달러라는 공모가격이 중요한 기준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주가가 공모가를 빠르게 회복하고 거래량까지 늘어난다면 상장 초기 매물을 시장이 소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모가 아래에 오랫동안 머물고 저점을 계속 낮춘다면 투자자들이 아직 기업가치를 부담스럽게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쉬인 투자를 판단한다면 공모가 회복 여부만 보고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다음 실적에서 미국과 유럽 매출이 어떻게 변하는지,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이 회복되는지, 새 관세와 규제 비용을 소비자가격에 얼마나 전가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특히 쉬인은 저가가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가격을 올렸는데 고객이 그대로 남는다면 수익성 회복 가능성이 생깁니다.

반대로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소비자가 테무나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한다면 지금까지의 사업모델 자체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쉬인 상장은 중국 직구 플랫폼 전체를 보는 시험대입니다

이번 사건은 쉬인 한 회사의 IPO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쉬인과 테무가 보여준 초저가 직구 모델은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 유통시장을 크게 흔들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비슷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소비자가 얼마나 많이 이용하느냐가 관심의 중심이었다면 이제 주식시장은 그 사업이 관세와 규제를 모두 부담하면서도 실제 이익을 남길 수 있는가를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쉬인의 상장 첫날 주가보다 앞으로 몇 분기의 실적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업가치가 이미 최고점 대비 크게 낮아진 만큼 실적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면 재평가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매출은 늘어도 마진이 계속 떨어지고 미국·유럽 규제까지 강화된다면 기업가치가 한 번 더 낮아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합니다.

쉬인 주가를 볼 때는 단순히 “1천억달러였던 회사가 265억달러가 됐으니 싸다”가 아니라 왜 265억달러까지 내려왔는지부터 따져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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