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 이란 경제제재 발표, 달러 시스템 배제 경고…중국·국제유가·미국 국채까지 흔들까?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예고했던 대이란 경제 압박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미 재무부는 8월 24일 이른바 ‘경제적 추방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시작하고 이란의 석유 수출과 금융망, 해운, 금, 가상자산 등 외화 획득 통로를 겨냥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이 가장 주목한 것은 이번에 제재 명단에 오른 기업들의 숫자만이 아니었다.
베센트 장관은 이란과 계속 거래하는 국가와 기업도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내놨다.
이란 최대 원유 구매국인 중국이 자연스럽게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산 원유 공급, 중국 정유업체와 금융기관, 국제유가, 달러 그리고 미국 국채시장까지 연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 미국은 시장이 우려했던 가장 강력한 조치를 즉시 실행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 제재를 이해하려면 ‘미국이 이란을 제재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무엇을 실제로 제재했고, 무엇은 아직 하지 않았는지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베센트가 발표한 이란 경제제재, 무엇이 달라졌나
미국 재무부는 이번 조치를 ‘Operation Economic Outcast’라고 명명했다.
목표는 이란이 국제 금융·무역 시스템을 통해 외화를 확보하는 통로를 더욱 강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에서는 60개의 개인·기업·선박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대상도 상당히 넓다.
이란의 석유와 해운 네트워크뿐 아니라 금 거래, 항공, 기술기업, 가상자산 등 이란이 국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이동시키는 여러 통로가 포함됐다.
미국이 특히 집중하는 부분은 이란의 원유 수출이다.
원유와 석유화학제품 판매는 이란이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기존에도 이란의 석유를 운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과 이를 지원하는 해외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제재해왔다.
이번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란과 거래를 계속하는 제3국의 기업과 금융기관까지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다 분명하게 내놓았다.
‘달러 시스템에서 배제’가 왜 강력한 경고일까
베센트의 발언 가운데 시장이 가장 주목한 표현이 바로 미국 금융 시스템 접근 제한이다.
세계 무역과 금융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국제 원유 거래부터 기업 간 무역결제, 은행의 국제 송금까지 상당한 거래가 달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생기면 해당 기업이나 금융기관은 이란과 거래해서 얻는 이익과 미국 시장 접근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를 미국의 ‘2차 제재’, 즉 세컨더리 제재와 연결해서 볼 수 있다.
미국 기업이 이란과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해외 기업이나 금융기관에도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의 실제 파급력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다른 국가의 기업들이 미국의 경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결국 핵심은 중국이다
이란 경제제재를 분석할 때 중국을 빼놓기 어려운 이유는 중국이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처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봉쇄와 제재 강화로 이란의 중국향 원유 공급은 이미 감소하고 있다.
로이터가 선박 추적업체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수치를 보면 중국으로 향한 이란산 원유는 7월 하루 약 82만3천 배럴에서 8월 약 53만4천 배럴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이란산 원유가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올해 한때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은 하루 158만 배럴 수준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대형 국영 정유사들은 미국 제재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독립계 정유업체, 이른바 ‘티팟(teapot) 정유사’들이 할인된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는 구조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미국 역시 이 구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유업체와 이란 원유 거래를 지원하는 기업들을 제재해왔다.

그런데 왜 중국 대형 금융기관은 이번에 빠졌나
이번 발표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을 달러 시스템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지만, 이번 제재 명단에는 중국의 주요 대형 금융기관이 포함되지 않았다.
즉 발언의 강도와 실제 제재의 강도 사이에는 아직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미국이 당장 중국과 전면적인 금융 충돌을 벌이기보다 추가 압박 수단을 남겨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중국 대형 은행을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배제하는 수준의 제재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파급력은 이란 문제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과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확인해야 할 핵심은 미국이 실제로 중국 금융기관에 세컨더리 제재를 확대하는지다.
현재는 경고 단계와 실제 집행 단계를 구분해야 한다.
국제유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흥미로운 부분은 미국이 강력한 이란 경제제재를 발표했는데도 국제유가가 즉시 급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8월 24일 국제유가는 2% 이상 하락했고 25일에도 시장은 이번 제재의 실질적인 공급 영향을 평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왜 그랬을까.
시장에서는 이미 상당히 강한 조치를 예상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의 대형 금융기관이나 이란산 원유 구매망 전체를 즉각 차단하는 강력한 세컨더리 제재 가능성까지 우려됐다.
하지만 실제 발표에서는 그런 최고 수준의 조치가 즉시 시행되지는 않았다.
결국 시장 입장에서는 강한 경고는 나왔지만 당장 이란산 원유 공급을 추가로 대폭 줄일 결정적인 조치까지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한 셈이다.
이것이 국제유가가 발표 직후 폭등하지 않은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고 국제유가 위험이 끝난 것은 아니다
현재 유가가 안정됐다고 이란 문제가 끝났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이란은 미국의 추가 제재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미국이 중국 정유업체나 금융기관에 추가 제재를 시행하거나 이란이 보복에 나선다면 상황은 다시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중동의 원유 수송과 관련해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곳이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와 LNG 운송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란산 원유 몇십만 배럴의 감소보다 훨씬 큰 공급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유가 전망에서 중요한 것은 이번 발표 자체보다 제재 → 이란 보복 → 추가 제재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지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 한국 경제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이란 문제는 한국 투자자에게도 멀리 떨어진 지정학적 사건이 아니다.
한국은 원유를 대부분 수입한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의 원유 도입가격뿐 아니라 휘발유·경유 가격, 항공·운송비, 석유화학 원료비 등으로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
기업 생산비용이 올라가면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준다.
물가가 다시 강해지면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에도 변수가 된다.
결국 흐름은 다음과 같이 연결될 수 있다.
미국 이란 제재 → 이란 원유 수출 감소 → 국제유가 상승 → 한국 수입물가 상승 → 국내 물가 부담 → 기준금리 인하 여력 축소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한다면 원유 수입가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한국 투자자가 이란 제재와 국제유가를 같이 봐야 하는 이유다.
달러는 왜 크게 오르지 않았나
베센트가 ‘달러 시스템 배제’라는 강력한 표현을 사용했지만 달러는 발표 직후 일방적인 강세를 보이지 않았다.
시장에는 이란 제재 외에도 여러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시장 안정화 정책과 연준의 향후 금리 경로, 엔비디아 실적, 잭슨홀 연설 등 굵직한 이벤트가 한꺼번에 대기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이번 발표에서 중국 대형 금융기관을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는 점도 극단적인 금융시장 충격을 낮췄다.
다만 앞으로 중국 금융기관까지 실제 세컨더리 제재 대상으로 확대된다면 달러와 위안화, 신흥국 통화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
베센트의 또 다른 카드, 미국 국채 바이백
베센트가 시장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이란 제재 때문만이 아니다.
현재 미국 재무부는 급등한 장기 국채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채 바이백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재무부는 9월부터 10년~30년 장기 국채의 유동성 지원 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은 재원이다.
베센트는 재무부 일반계정인 TGA 자금을 바이백에 활용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TGA는 쉽게 말해 미국 정부가 연준에 보유하고 있는 정부 계좌다.
당시 TGA 잔액은 약 9,400억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베센트는 24일 기자회견에서 확대된 계획에 따라 아직 국채를 한 장도 매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시장에서 기대하는 대규모 국채 매입이 이미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란 제재와 미국 국채가 연결되는 이유
겉으로 보면 이란 제재와 미국 국채는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재 금융시장에서는 서로 연결돼 있다.
중동 전쟁과 이란 문제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미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40조달러를 넘어선 국가부채 역시 장기금리에 부담을 준다.
장기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르면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기술주 밸류에이션에도 부담이 된다.
결국 베센트 입장에서는 한편으로 이란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가·인플레이션·국채금리 충격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 가격도 같이 봐야 한다
지정학적 불안과 미국 국채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도 다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금은 일반적으로 전쟁이나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때 안전자산 수요가 유입될 수 있는 자산이다.
하지만 금 가격 역시 달러와 미국 실질금리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따라서 이란 문제가 악화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금이 계속 오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란 긴장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금 가격에는 서로 반대 방향의 힘이 작용할 수 있다.
현재처럼 지정학과 국채시장이 동시에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금·달러·국채금리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이란 경제제재에서 확인해야 할 4가지
첫 번째는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실제 세컨더리 제재 여부다.
현재 가장 강력한 카드는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다.
최근 감소세가 계속된다면 미국의 압박이 실제 이란 원유 수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세 번째는 이란의 보복 방식이다.
경제적 대응에 그치는지, 중동 원유 수송에 영향을 줄 행동으로 확대되는지에 따라 국제유가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네 번째는 미국 장기 국채금리다.
국제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국채금리를 다시 밀어 올린다면 베센트의 국채시장 안정화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제재 완료’가 아니라 다음 카드다
이번 베센트의 이란 경제제재 발표를 단순히 ‘미국이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했다’고만 이해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미국은 실제로 60개의 개인·기업·선박 등을 새롭게 제재하고 이란의 금융·원유·해운 네트워크에 대한 압박을 확대했다.
동시에 이란과 계속 거래하는 국가에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 제한이라는 강력한 경고도 내놨다.
하지만 중국 대형 금융기관을 직접 제재하는 최고 수준의 카드는 아직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국제유가 역시 발표 직후 오히려 하락했다.
앞으로 시장을 움직일 핵심은 이미 발표된 제재 목록보다 미국이 다음 단계에서 중국을 어디까지 압박할 것인지다.
중국의 이란산 원유 구매가 크게 줄어들고 미국이 금융기관까지 세컨더리 제재를 확대한다면 이 문제는 이란 경제를 넘어 국제유가와 달러, 중국 경제, 미국 국채 그리고 한국의 환율과 물가까지 연결될 수 있다.
베센트의 이번 발표는 끝이 아니라 다음 경제전쟁의 범위를 결정하는 출발점에 더 가깝다.
Finz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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