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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HPE 주가 12% 급등, 오라클 AI 투자와 서버주

Finzoom 읽는 시간 약 6분

델과 HPE가 같은 날 나란히 12% 안팎 급등한 이유는 두 회사의 자체 실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9월 11일 델 테크놀로지스는 11.98% 오른 567.30달러로 마감했고, HPE는 12.43% 오른 62.0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S&P500 상승률이 0.8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초과수익입니다.

직접적인 촉매는 오라클이 2027회계연도 CAPEX 전망을 900억~950억달러로 유지한 것입니다. 오라클 주가는 오히려 1.7%가량 하락했는데,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는 델과 HPE는 급등했습니다. 같은 AI 투자 뉴스가 ‘돈을 쓰는 회사’와 ‘그 돈을 매출로 받는 회사’에 정반대로 작용한 셈입니다.

오라클의 900억~950억달러 CAPEX가 왜 서버주에 호재일까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GPU만 사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GPU를 실제 서비스에 투입하려면 서버 랙, 고속 네트워크, 스토리지, 전력공급 장치, 냉각, 케이블과 운영 소프트웨어까지 함께 들어갑니다.

오라클은 1분기에만 CAPEX 285억달러를 집행했고, 850MW의 추가 데이터센터 용량을 공급했습니다. 직전 분기 말 이후 고객에게 전달한 GPU도 30만개를 넘었습니다. 이런 속도가 이어진다면 서버와 네트워크 공급업체의 주문도 같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델과 HPE가 단순한 ‘AI 테마주’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이미 실제 주문과 매출에서 AI 인프라 수요가 확인되고 있습니다.

델은 이미 AI 서버 주문 609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델의 최근 2027회계연도 2분기 실적은 매출 470억달러로 전년보다 58% 증가했습니다. 특히 분기 AI 서버 주문은 609억달러, AI 최적화 서버 매출은 164억달러였습니다. 회사가 밝힌 AI 서버 주문잔고도 950억달러까지 늘었습니다.

이 수치를 보면 오라클의 투자 확대가 단순한 기대감만으로 델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아닙니다. 이미 대규모 주문을 받고 있는 업체에 또 하나의 대형 수요처가 확인됐다는 의미가 더 큽니다.

다만 매출이 늘어나는 것과 수익성이 같은 속도로 좋아지는 것은 별개입니다. AI 서버는 GPU 등 고가 부품 비중이 높아 매출 규모가 매우 크게 잡히는 반면, 부품 조달비 때문에 마진이 생각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델을 볼 때는 AI 서버 매출과 함께 Infrastructure Solutions Group의 영업이익률을 같이 봐야 합니다.

HPE는 서버뿐 아니라 오라클 네트워크를 직접 수주했습니다

HPE는 오라클과의 연결고리가 더 구체적입니다. HPE는 9월 2일 오라클의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에 HPE Juniper Networking 라우터와 스위치를 다년간 공급하는 협력 확대를 발표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네트워크는 부수 장비가 아닙니다. 수많은 GPU가 동시에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려면 서버 사이에 데이터를 매우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고, 병목이나 패킷 손실이 생기면 비싼 GPU가 놀게 됩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가 커질수록 고속 스위치와 라우터의 중요성도 함께 커집니다.

HPE의 최근 분기 매출은 122억달러로 34% 증가했고, 네트워킹 매출은 29억달러였습니다. AI 관련 인프라 투자가 서버에서 네트워크로 확산될수록 HPE가 받을 수 있는 수혜의 폭도 넓어집니다.

왜 오라클보다 델·HPE가 더 많이 올랐을까

투자자 관점에서 현금흐름 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라클은 데이터센터를 만들기 위해 올해 900억~950억달러를 먼저 투자해야 합니다. 수요는 강하지만 설비투자 때문에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고, 신주 발행과 차입 부담도 고려해야 합니다.

반면 델과 HPE는 그 투자금의 일부를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매출로 받는 위치에 있습니다. 고객이 투자를 늘릴수록 주문이 늘어날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 부지와 전력 인프라 전체를 자기 자본으로 직접 보유할 필요는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지금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소유자의 자본부담’과 ‘장비 공급자의 주문 증가’를 다르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저의 판단: 서버주 랠리가 이어지려면 주문보다 마진을 봐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델과 HPE 쪽의 논리가 더 편합니다. 오라클뿐 아니라 여러 클라우드 기업이 AI 인프라 투자를 계속하면 서버, 네트워크, 냉각 공급업체는 복수 고객의 CAPEX를 매출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2% 급등 뒤에는 기대도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앞으로는 ‘AI 주문이 많다’보다 그 주문을 얼마나 높은 이익률로 소화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메모리와 GPU, 네트워크 부품 공급이 부족해지면 매출은 늘어도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델은 950억달러 AI 서버 백로그가 실제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전환되는 속도, HPE는 오라클 프로젝트와 네트워킹 매출이 수익성까지 끌어올리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오라클을 포함한 하이퍼스케일러가 CAPEX를 낮추기 시작한다면 서버주의 높은 기대가 먼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AI 투자 사이클이 끝났다는 신호보다 공급망의 수혜 범위가 GPU에서 서버와 네트워크까지 넓어지는 신호가 더 강합니다. 다만 다음 상승을 결정할 숫자는 주문 증가율보다 마진과 현금흐름이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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