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90달러 넘었다, 이란 제재가 다시 물가를 흔들까?

국제유가 90달러 넘었다, 이란 제재가 다시 물가를 흔들까?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이번에는 단순한 원유 수요 증가가 아니라 미국과 이란의 갈등, 추가 제재 위협,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 차질이 동시에 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
8월 21일 국제유가를 보면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4.39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7.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한 주 동안 6.39%, WTI는 5.66% 상승했다.
특히 브렌트유는 최근 90달러선을 확실하게 넘어선 상태다.
문제는 유가 상승이 주유소 기름값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유는 운송, 항공, 석유화학, 플라스틱, 농산물 생산 등 경제 곳곳에 사용된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다시 물가를 자극하고,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까지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번 유가 상승의 핵심은 다시 이란이다
최근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가장 직접적인 재료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경제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산 원유의 주요 구매국과 거래 기업까지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에서는 실제 원유 공급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미 미국은 이란의 석유 수출망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왔다.
미 재무부는 지난 7월 이란산 석유 수출과 제재 회피에 관여한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50개가 넘는 개인·기업·선박 등에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8월에도 이란의 금융 네트워크에 대한 추가 제재가 이어졌다.
따라서 이번 유가 상승은 갑자기 등장한 하나의 제재 때문이라기보다 기존 제재와 군사적 긴장 위에 추가 압박 가능성이 더해진 결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호르무즈 해협이 중요한 이유
이란 문제가 국제유가를 크게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수송로 가운데 하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라크 등 중동 산유국의 원유 상당량이 이 지역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이동한다.
현재 호르무즈를 통한 선박 운항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다.
로이터는 최근 이 지역을 통과하는 해상 교통량이 정상적인 수준보다 크게 낮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란산 원유 몇 백만 배럴의 문제가 아니라 중동 전체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국제유가에 붙고 있다.
실제 원유 공급이 줄어드는 것뿐 아니라 앞으로 더 큰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 자체가 가격을 움직이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왜 물가를 다시 자극할까
유가 상승이 가장 먼저 영향을 주는 곳은 휘발유와 경유 같은 석유제품이다.
하지만 영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트럭과 선박, 항공기는 모두 많은 연료를 사용한다. 운송비가 올라가면 기업이 제품을 이동시키는 비용도 증가한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와 석유화학 원료 가격도 영향을 받는다.
플라스틱과 포장재, 화학제품 등 원유와 연결된 제품의 생산비가 올라가면 결국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농산물도 예외가 아니다.
농기계 연료와 비료 생산, 냉장·운송 비용 등이 에너지 가격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가 상승이 경제 곳곳의 비용을 높이면 처음에는 에너지 물가가 오르고 이후에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영향이 퍼질 수 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국제유가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한국에는 환율까지 겹칠 수 있다
한국은 원유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같은 양의 원유를 들여오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올라가면 부담은 더 커진다.
국제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그대로 있어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 기업이 원유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원화 금액은 증가한다.
반대로 최근처럼 원화가 강해지면 국제유가 상승 충격의 일부를 완충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결국 국내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은 국제유가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국제유가 + 원·달러 환율 + 정제비용 + 유통비용 + 세금 등이 함께 작용한다.
따라서 브렌트유가 90달러를 넘었다고 다음 날 국내 주유소 가격이 같은 비율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유가가 오르면 금리도 다시 오를까?
현재 금융시장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다시 높아지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진다.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한 배경에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포함돼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8월 18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은행은 7월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고, 8월 27일 다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물가를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즉 중동에서 발생한 원유 공급 문제가 한국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에도 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어떤 업종을 봐야 할까
유가 상승은 기업마다 영향이 다르다.
정유·에너지 기업에는 판매가격 상승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원유 가격이 오른다고 정유사의 이익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정제마진과 재고평가, 제품 수요 등을 함께 봐야 한다.
반대로 항공사와 운송기업은 연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석유화학 기업도 원재료 비용 상승이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소비재 기업 역시 물류비와 포장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유가 상승 = 정유주 상승’이라는 공식보다 각 기업이 높아진 비용을 판매가격에 얼마나 전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을 수도 있을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로 올해 중동 전쟁이 격화됐을 당시 브렌트유는 100달러를 넘어선 적이 있다.
하지만 90달러를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100달러를 돌파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유가 상승을 제한할 요인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과 다른 산유국의 공급 확대가 부족한 물량을 일부 보완할 수 있고, 아랍에미리트와 베네수엘라 등의 수출 증가도 시장 공급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의 대이란 압박이 더 강해지거나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이 심해진다면 유가는 다시 강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향후 유가 방향을 결정할 핵심은 이란산 원유가 실제로 얼마나 줄어드는지와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상황이다.
90달러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다
브렌트유 94.39달러는 분명 높은 가격이다.
하지만 물가와 경제에 더 중요한 것은 90달러를 한 번 넘었느냐가 아니라 높은 유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유가가 단기간 급등했다가 다시 내려오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대로 몇 달 동안 90~100달러 수준이 유지되면 기업의 운송·생산 비용이 누적되고 결국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로이터 분석에서도 이란 전쟁으로 원유시장뿐 아니라 정유산업의 공급망까지 압박을 받고 있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위험이 지적됐다.
따라서 앞으로는 국제유가 숫자 하나만 확인하기보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 실제 이란산 원유 수출량, OPEC+ 공급, 원·달러 환율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번 국제유가 상승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란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원유 공급을 흔들고 그 충격이 장기화한다면 기름값 → 운송·생산비 → 소비자물가 → 금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다시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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