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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주간 5%대 하락 전망, 이란·오만 호르무즈 통항 협상과 정유주·항공주 영향

Finzoom 읽는 시간 약 10분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국제유가의 가장 큰 위험은 호르무즈해협이 얼마나 오랫동안 정상화되지 못할 것이냐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유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8월 28일 아시아 거래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약 89달러대까지 내려왔고 주간 기준으로 약 5.3%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주간 기준 약 4%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동 긴장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미국과 이란의 정치적 충돌은 계속되고 있고 미국은 이란에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유가가 떨어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해협의 상업 선박 통항을 일부 정상화하기 위한 임시 통항로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직 호르무즈해협이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보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양측이 임시 항로에 대한 틀과 이해를 만들고 있지만 세부조건 협상은 계속되고 있고 실제 선박 운항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지금 유가 하락은 ‘위기가 끝났다’기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조금 멀어졌다는 가격 반응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이란과 오만은 무엇을 논의하고 있나?

호르무즈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세계 원유와 LNG 해상 운송에서 매우 중요한 통로이기 때문에 이 지역의 통항이 흔들리면 국제유가와 해운시장에 즉각 영향을 줍니다.

최근 이란과 오만 외무장관은 테헤란에서 만나 해협을 통과하는 임시 공동 항로와 기뢰 제거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논의되는 구조는 상업용 선박이 일정한 경로를 이용해 페르시아만을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란 측에서는 임시 항로에 대한 일정 수준의 이해가 이뤄졌다고 설명했지만 최종적인 영구 통항체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오만과 이란은 향후 기술적인 협상을 계속해 보다 안정적인 항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카타르까지 외교적 중재에 나서면서 호르무즈 통항 문제를 군사적 충돌과 분리해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시장이 여기에 반응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원유 가격에는 실제 공급부족뿐 아니라 앞으로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도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통항이 조금이라도 정상화될 가능성이 커지면 이 위험 프리미엄 가운데 일부가 빠질 수 있습니다.

불과 일주일 만에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8월 21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94달러를 넘었습니다.

당시에는 호르무즈 통항 차질과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겹치면서 원유 공급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주에는 브렌트유가 89달러대로 내려왔습니다.

Reuters 집계 기준으로 현재 흐름이 유지될 경우 브렌트유는 주간 약 5.3%, WTI는 약 4.3% 하락하게 됩니다.

제가 이 움직임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중동의 뉴스 자체보다 유가가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 중 어느 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가입니다.

지금은 새로운 군사적 긴장 뉴스가 나와도 가격이 크게 치솟기보다 외교와 통항 정상화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에 이미 상당한 중동 위험 프리미엄이 들어 있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호르무즈가 정상화됐다고 쓰면 안 됩니다

이번 상황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란과 오만이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과 호르무즈해협이 완전히 열렸다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상업선 통항은 여전히 정상적인 수준과 거리가 있고, 임시 항로의 관리방식과 실제 운항조건을 둘러싼 협상도 남아 있습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문제를 미국과의 갈등에서 중요한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이란이 국제 해상교통을 통제하거나 통항료와 허가체계를 이용하는 방안에는 강하게 반대해왔습니다.

따라서 임시 통항로가 만들어지더라도 미국과 이란의 정치적 충돌이 다시 심해지면 상황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5% 떨어졌다고 해서 지정학적 위험이 5%만큼 사라졌다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정유주에는 유가 하락이 무조건 악재일까?

국내 투자자가 가장 궁금해할 부분 가운데 하나가 정유주입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정유회사 주가도 무조건 떨어질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조금 복잡합니다.

정유회사는 원유를 사서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으로 정제한 뒤 판매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원유 가격보다 원유 가격과 석유제품 가격의 차이인 정제마진입니다.

유가가 빠르게 올라가는 시기에는 보유한 원유 재고의 평가가치가 높아져 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가가 급락하면 기존에 비싸게 사놓은 원유에서 재고평가손실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가가 안정적으로 내려가면서 석유제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유지된다면 원가 부담이 낮아지면서 정제마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SK이노베이션이나 S-Oil 같은 정유 관련 종목을 볼 때는 “유가가 떨어졌다” 한 가지만 보면 안 됩니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과 제품별 수요, 재고평가 효과를 같이 봐야 합니다.

항공주에는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항공사는 구조가 조금 더 단순합니다.

연료비는 항공사 비용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국제유가와 항공유 가격이 내려가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연료비 부담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이나 저비용항공사 입장에서는 같은 매출을 내더라도 유류비가 줄어들면 영업이익 개선 가능성이 커집니다.

특히 장거리 노선 비중이 높은 항공사는 연료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국제유가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환율을 같이 봐야 합니다.

항공유는 달러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떨어져도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면 실제 원화 기준 비용절감 효과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공주는 유가 하락 + 원화 강세가 같이 나타날 때 가장 편한 환경을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물가에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한국은 원유를 대부분 수입하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내려가는 것은 국가경제 전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낮아지면 원유 수입액이 줄고 정유·화학·운송·물류 등 여러 산업의 원가 부담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일정한 시차를 두고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도 영향을 줍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은행입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3%로 올리면서 물가가 목표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을 경계했습니다.

국제유가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수입물가를 통해 한국 소비자물가에도 추가 압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유가가 안정적으로 하락하면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이유 가운데 하나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호르무즈 통항 협상은 단순히 정유주와 항공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금리와 환율까지 연결되는 이슈입니다.

미국 금리에도 연결됩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유가가 오르면 휘발유와 운송비, 기업 생산비용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 금융시장은 다시 금리 인상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브렌트유가 100달러를 향해 올라가는 것과 90달러 아래에서 안정되는 것은 연준이 보는 물가 환경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시장이 우려하는 인플레이션 재가속 위험 가운데 일부가 완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나스닥,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호르무즈 협상이 깨지고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 시장은 금리 인상 위험을 더 크게 반영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본다면 유가보다 선박 통항량을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 국제유가가 내려왔다고 해서 중동 위험이 해결됐다고 보는 것은 너무 빠릅니다.

다만 불과 며칠 전보다 분명 긍정적인 변화는 있습니다.

이란과 오만이 해협 통항 문제를 실제 협상 테이블에 올렸고 임시 상업항로를 만들기 위한 논의가 구체화됐다는 점입니다.

제가 대응한다면 앞으로 세 가지를 확인하겠습니다.

첫째는 호르무즈해협을 실제 통과하는 원유·LNG 운반선 숫자가 늘어나는지입니다.

둘째는 임시 통항로가 협상 수준을 넘어 실제 운항으로 이어지는지입니다.

셋째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다시 군사적 충돌로 확대되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 가운데 앞의 두 가지가 개선되고 군사적 충돌이 제한된다면 국제유가에 붙은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추가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협상이 깨지고 유조선 운항이 다시 줄어든다면 이번 5%대 하락은 매우 빠르게 되돌려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번 유가 하락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원유 공급이 갑자기 넘쳐난 것이 아닙니다.

호르무즈가 장기간 사실상 마비될 것이라는 최악의 예상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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