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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110달러 근접, 호르무즈·홍해 불안이 미국 물가와 금리에 미치는 영향

Finzoom 읽는 시간 약 6분

브렌트유가 9월 11일 장중 배럴당 109.97달러까지 오르며 110달러를 눈앞에 뒀습니다. 이번 상승에서 더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라 공급 위험이 한 곳에만 몰려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제한된 통항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예멘 후티 세력이 모카를 장악하며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다시 불안해졌습니다. 원유 생산량이 그대로여도 운송로가 막히면 실제 시장에 도착하는 공급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지금은 호르무즈와 홍해를 같이 봐야 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원유와 LNG가 아시아로 나오는 핵심 길목입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석유제품은 2025년 4분기 하루 2,160만배럴에서 2026년 2분기 하루 490만배럴로 줄었습니다.

단순 계산하면 약 77% 감소한 수준입니다. 다만 EIA도 2026년 들어 선박의 AIS 신호가 불안정해 관련 수치를 자주 수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므로 정확한 통항량은 계속 업데이트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선박 추적에서도 통항 회복은 제한적입니다. 9월 9일 호르무즈를 지난 선박은 7척으로 집계돼 직전 10일 평균 14척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여기에 후티가 예멘의 모카를 장악하면서 홍해 남쪽 입구인 바브엘만데브까지 긴장이 커졌습니다.

바브엘만데브는 아시아와 유럽을 수에즈운하로 연결하는 통로입니다. 이곳이 불안하면 선박이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해야 하고 항해거리, 연료비, 보험료, 선박 사용기간이 모두 늘어납니다. 그래서 이번 유가 상승은 “중동에서 원유가 덜 나온다”는 문제만이 아니라 “원유를 안전하게 옮기는 비용이 동시에 비싸진다”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110달러 유가가 미국 물가에 전달되는 순서

국제유가가 오른다고 다음 달 CPI가 같은 비율로 뛰는 것은 아닙니다. 전달되는 데 시차가 있고, 정유마진과 재고, 환율, 기업의 가격전가 정도도 영향을 줍니다.

다만 이미 생산단계에서는 에너지 충격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미국 8월 PPI에서 최종수요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4.2% 올랐고 디젤 가격은 24.1% 급등했습니다. 운송·창고 서비스는 2.3%, 화물 트럭 운송비는 2.0% 상승했습니다.

이 흐름이 길어지면 원유 → 휘발유·디젤·항공유 → 운송비 → 상품가격 → 서비스가격 순으로 부담이 퍼질 수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는 주유비를 먼저 체감하지만 기업은 물류비와 원재료비를 통해 더 넓은 비용 상승을 경험합니다.

연준이 특히 보는 것은 이 충격이 에너지에서 끝나는지 여부입니다. 유가만 잠깐 급등했다가 내려가면 금리를 올려도 원유 공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바로 대응할 필요는 적습니다. 하지만 운송비와 상품가격, 서비스가격, 기대인플레이션까지 같이 올라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9월 11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9708%까지 올라왔습니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인플레이션이 쉽게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가격에 반영되면서 금리가 오른 것입니다.

여기에 8월 PPI까지 강하게 나오자 시장은 9월 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을 약 70%까지 반영했습니다. 결국 국제유가 110달러는 에너지시장만의 숫자가 아니라 국채금리와 달러, 주식시장, 모기지 금리까지 연결되는 가격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유가가 110달러를 찍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상승한다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고유가는 시간이 지나면 수요를 줄이고, 산유국 증산과 전략적 우회 운송을 자극합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르무즈를 피하기 위해 동서 파이프라인을 거쳐 홍해 얀부항으로 원유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얀부의 원유·콘덴세이트 선적량도 다시 늘었습니다.

문제는 이번에는 그 우회로의 출구인 홍해까지 불안해졌다는 점입니다. 호르무즈 위험을 피했는데 바브엘만데브에서 다시 운송 위험을 만나면 우회 효과가 줄어듭니다.

지금 확인할 것은 유가보다 선박 흐름입니다

현재 흐름을 판단할 때는 네 가지를 같이 보는 편이 낫습니다.

  • 호르무즈 하루 선박 통항량이 정상화되는지
  • 모카와 바브엘만데브 주변 공격 위험이 줄어드는지
  • 브렌트유가 100달러 아래로 다시 내려오는지
  • 미국 CPI·PPI에서 에너지 이외의 물가까지 확산되는지

현재는 국제유가가 110달러에 근접했다는 사실보다 ‘두 개의 주요 해상 수송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더 위험한 변수라고 봅니다. 호르무즈 통항이 회복되고 홍해 선박 위험이 낮아지면 유가는 지정학적 프리미엄을 빠르게 반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두 항로의 차질이 동시에 장기화되면 높은 유가가 미국 물가와 장기금리를 계속 자극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원유 수입단가가 오르고 달러까지 강해지면 정유사 조달비용뿐 아니라 국내 휘발유·경유, 항공·물류비, 제조업 원가에 순차적으로 부담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투자자는 유가뿐 아니라 원달러 환율까지 함께 확인해야 실제 비용 충격을 판단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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