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더리움 사놓은 기업들 희비 갈렸다, ‘코인 재무전략’ 정말 돈 될까?
기업이 남는 현금을 은행에 넣거나 국채를 사는 대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대량으로 사들인다면 어떨까요.
몇 년 전만 해도 상당히 파격적인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실제 상장기업들이 가상자산을 핵심 재무자산으로 보유하는 이른바 ‘디지털자산 트레저리(DAT)’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Strategy입니다. 최근에는 이더리움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BitMine 같은 기업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2026년 들어 상황은 복잡해졌습니다. 코인 가격이 하락하자 일부 기업은 보유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졌고, 비트코인을 팔아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빚을 갚는 기업까지 나왔습니다. 반대로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반등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기업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하나입니다.
기업이 코인을 많이 보유하면 정말 돈을 버는 것일까요.

기업들이 왜 회사 돈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살까?
기업의 현금은 일반적으로 사업 투자나 인수합병, 배당, 자사주 매입 등에 사용됩니다. 사용하지 않는 자금은 현금성 자산이나 국채 등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기업은 여기서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합니다.
현금이나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돈으로 비트코인 또는 이더리움을 매입해 회사의 핵심 자산으로 쌓는 것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한다면 보유자산 가치도 커집니다. 여기에 회사 주가가 보유한 코인의 순자산가치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받으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다시 코인을 사들이는 구조도 가능합니다.
이 선순환이 유지되면 보유 코인과 기업가치가 함께 증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입니다.
Strategy가 보여준 비트코인 재무전략의 두 얼굴
이 전략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기업이 마이클 세일러가 이끄는 Strategy입니다.
Strategy는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회사의 핵심 재무자산으로 편입하기 시작했고 이후 주식과 전환사채, 우선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해 비트코인을 계속 사들였습니다.
2026년 8월 10일 기준 Strategy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84만447개입니다.
취득원가는 약 633억6,000만 달러이며 비트코인 한 개당 평균 매입가격은 약 7만5,385달러입니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평균 매입단가 아래에 있으면 Strategy가 보유한 비트코인에서는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그 위로 올라가면 다시 평가이익 구간으로 들어갑니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하락했던 2026년에는 Strategy의 코인 재무전략에 대한 우려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8월 들어 상황이 다시 달라졌습니다.
비트코인이 7만7,000달러를 넘어서는 반등을 보이면서 Strategy의 대규모 비트코인 보유분도 다시 미실현 이익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코인 가격 몇 퍼센트 움직임이 수십조 원 규모의 자산가치를 움직이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Strategy도 이제 무조건 비트코인만 사지는 않는다
더 흥미로운 변화는 Strategy의 자금운용 방식입니다.
과거에는 비트코인을 계속 축적하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2026년에는 달러 유동성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Strategy는 비트코인을 필요에 따라 현금화할 수 있는 정책적 여지를 마련했고, 달러 준비금도 크게 늘렸습니다.
8월 17일 공개된 자료를 보면 Strategy는 8월 10일부터 16일까지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하거나 매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주식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 일부를 우선주 배당과 우선주 환매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달러 준비금에 추가했습니다.
그 결과 달러 준비금은 약 48억 달러까지 증가했습니다.
이 변화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코인 재무전략을 사용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코인만 많이 보유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배당과 이자, 부채 등 실제 기업 운영에 필요한 현금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업은 실제로 비트코인을 팔아 빚을 갚았다
모든 기업이 Strategy처럼 거대한 자금조달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2026년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일부 비트코인 재무기업에서는 오히려 코인을 매각하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Empery Digital입니다.
회사는 2026년 2월 한 주 동안 약 357.7개의 비트코인을 평균 약 6만7,907달러에 매각해 약 2,400만 달러를 확보했습니다.
이 돈은 자사주 매입뿐 아니라 일부 부채 상환에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사례는 코인 재무전략의 핵심 위험을 보여줍니다.
기업이 비트코인을 장기간 보유하고 싶더라도 실제 사업에는 현금이 필요합니다.
부채가 있고 이자를 내야 하거나 주주환원을 해야 하는데 현금이 부족하다면 결국 보유한 코인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격이 많이 떨어진 시기에 현금이 필요해지면 좋지 않은 가격에 자산을 매각해야 할 위험도 있습니다.
비트코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더리움 기업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이 아니라 이더리움을 핵심 재무자산으로 선택하는 기업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입니다.
BitMine은 2025년 이더리움 중심의 재무전략으로 전환한 이후 공격적으로 ETH를 매입했습니다.
2026년 8월 16일 기준 BitMine이 보유한 이더리움은 약 581만5,164개입니다.
회사가 밝힌 당시 기준으로 전체 이더리움 공급량의 약 4.8%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당시 회사가 공개한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현금 및 기타 투자자산 등을 합한 규모는 약 114억 달러였습니다.
기업 하나가 전체 ETH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보유하는 수준까지 성장한 것입니다.
이더리움 재무전략은 비트코인과 조금 다르다
BitMine 사례가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이더리움에는 ‘스테이킹’이라는 추가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은 보유 자체만으로 네트워크에서 이자가 자동 발생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반면 지분증명(PoS) 방식인 이더리움은 ETH를 스테이킹해 네트워크 검증에 참여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BitMine은 보유한 이더리움 가운데 상당량을 실제로 스테이킹하고 있습니다.
8월 9일 기준 약 506만7,309 ETH가 스테이킹 상태였고 회사는 당시 조건을 기준으로 연환산 스테이킹 수익을 약 2억5,7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했습니다.
물론 이 숫자가 앞으로 확정적으로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ETH 가격과 스테이킹 수익률, 네트워크 상황 등에 따라 실제 수익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단순히 가격 상승만 기다리는 비트코인 재무전략과는 다른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더리움 재무전략이 비트코인보다 좋은 걸까?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더리움은 스테이킹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만큼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습니다.
이더리움 자체 가격이 떨어지면 스테이킹으로 ETH 수량을 조금씩 늘리더라도 달러 기준 전체 자산가치는 크게 하락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기술 변화와 규제, 스테이킹 환경도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희소자산 축적’에 가깝다면 이더리움은 자산가격과 네트워크 활용, 스테이킹 수익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전략에 가깝습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코인 가격이 떨어질 때가 아니다
디지털자산 재무기업에서 투자자가 봐야 할 핵심은 코인 가격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회사의 주가가 보유한 코인의 순자산가치와 비교해 어느 정도 평가받고 있는가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보유한 코인과 현금 등을 합친 순자산가치가 1조 원인데 주식시장에서 회사 전체를 2조 원으로 평가한다면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것입니다.
이때는 신규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업의 시가총액이 보유 코인의 가치보다 낮아지면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싼 가격에 계속 신주를 발행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고, 추가 자금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채 만기나 이자, 운영비까지 겹치면 기업은 결국 보유 코인을 팔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2026년 일부 비트코인 재무기업에서 나타난 매각 움직임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코인이 오르는데 회사 주식은 떨어질 수도 있다
여기서 투자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당 코인을 보유한 기업 주식이 반드시 같은 비율로 상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주식에는 코인 가격 외에도 훨씬 많은 변수가 반영됩니다.
회사의 부채 규모와 이자 부담,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 희석, 경영진의 자본배분 능력, 기존 사업 실적, 우선주 배당 부담 등을 함께 봐야 합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과 Strategy 주식을 사는 것은 같은 투자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이더리움을 직접 보유하는 것과 BitMine 주식을 매수하는 것도 위험구조가 다릅니다.
코인을 보유한 상장기업은 사실상 ‘가상자산 + 기업 재무구조’라는 두 가지 위험에 동시에 노출된 투자상품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기업의 코인 보유량보다 이것을 봐야 한다
앞으로 디지털자산 재무기업을 볼 때 단순히 “비트코인을 몇 개 샀다”, “이더리움을 몇 개 보유했다”는 뉴스만 보면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최소한 다섯 가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코인의 평균 매입단가입니다.
둘째는 현재 보유한 코인과 현금 대비 기업의 시가총액입니다.
셋째는 코인을 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부채와 주식을 활용했는지입니다.
넷째는 이자와 배당 등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입니다.
다섯째는 코인 가격이 크게 하락해도 강제적으로 자산을 처분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재무구조인지입니다.
이 조건이 갖춰져 있다면 코인 가격 상승기에 상당한 레버리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금조달이 막힌 상태에서 코인 가격까지 떨어지면 선순환 구조가 빠르게 역전될 수도 있습니다.
‘코인 재무전략’은 공짜 돈을 만드는 방법이 아니다
2026년의 시장은 디지털자산 재무전략의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Strategy는 84만 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며 여전히 세계 최대 기업 비트코인 보유자로 자리하고 있고, 비트코인 반등으로 보유자산의 평가손익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BitMine은 약 581만 개의 이더리움을 확보하고 스테이킹까지 활용하면서 완전히 다른 형태의 기업 재무전략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 기업은 비트코인을 팔아 자사주를 사거나 부채를 줄이고 있습니다.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단순히 어떤 코인을 많이 샀느냐가 아닙니다.
코인이 상승할 때 얼마나 효율적으로 자본을 조달했는지, 하락할 때 얼마나 오래 버틸 현금을 확보했는지, 그리고 기존 주주의 가치를 지나치게 희석하지 않으면서 코인 보유량을 늘릴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다시 크게 움직일 때 앞으로 시장이 주목할 것은 코인 가격만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누가 가장 많이 샀느냐보다, 누가 끝까지 버틸 수 있는 구조로 샀느냐.
그 차이가 기업들의 희비를 가르는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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