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막힌 채 미국 추가제재까지, 국제유가 다시 뛸 변수는 무엇일까?
중동의 긴장이 다시 국제유가를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8월 21일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94.39달러에 마감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7.0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를 예고하면서 이란산 원유 공급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호르무즈해협입니다.
다만 현재 호르무즈해협이 물리적으로 완전히 봉쇄돼 선박이 한 척도 지나가지 못하는 상태는 아닙니다. 최근 통항량이 평상시보다 극단적으로 줄었고 일부 국가와 선박에 제한적으로 통행이 허용되는 상황에 가깝습니다.
결국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이미 완전히 막혔느냐’보다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돼 원유 운송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느냐입니다.

미국은 이란에 더 강한 제재를 예고했다
미국 정부는 이란의 원유 수출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금융·해운 네트워크를 계속 압박하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이미 지난 7월 이란의 원유 운송과 제재 회피에 관여한 50개 이상의 개인·기업·선박을 제재했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에 사실상 강제로 보험료를 받는 것으로 지목한 네트워크에도 제재를 가했습니다.
8월에도 이란의 비공식 금융망을 겨냥한 추가 조치가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미국은 다시 한 번 훨씬 강한 경제제재를 예고했습니다. 미국 측은 이란에 경제적 생명줄을 제공하는 국가와 기업에도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국가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입니다. 이란산 원유는 국제 제재 위험 때문에 일반적인 국제유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고 중국의 일부 독립 정유업체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구매해왔습니다.
그런데 제재가 강화되고 미국의 해상 봉쇄 압박까지 커지면서 이란산 원유의 중국 공급 자체가 크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란산 원유 공급은 이미 크게 줄었다
최근 보도를 보면 이란의 8월 원유 선적량은 하루 약 53만4천 배럴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5년 평균 약 140만 배럴과 비교하면 상당한 감소입니다.
중국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이란산 원유도 줄어들면서 과거 할인돼 거래되던 원유가 일부 시장에서는 오히려 프리미엄을 요구받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 정유업체들도 브라질산이나 이라크산 원유 등 다른 공급처를 찾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의 추가제재가 실제로 이란의 원유 판매망을 더 강하게 차단한다면 문제는 이란 한 국가의 수출 감소로 끝나지 않습니다.
중국 정유업체가 다른 국가의 원유를 더 많이 사야 하고 세계 원유시장에서 공급 경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호르무즈해협이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통로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등 세계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LNG가 이 지역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나갑니다.
전쟁 이전에는 세계 원유와 LNG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습니다.
이 때문에 해협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시장의 반응이 매우 빠릅니다.
최근 통항량은 이미 크게 줄었습니다.
8월 20일에는 원자재를 운송하는 선박이 단 7척만 통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날 14척에서 절반으로 줄어든 수치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시 대형 원유운반선과 LNG 운반선의 통과가 사실상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즉 해협이 공식적으로 완전히 닫혔는지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주장은 엇갈리지만 실제 상업 운송은 정상적인 상황과 상당히 거리가 있습니다.
이라크 원유는 특별 허가를 받아 움직이고 있다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이라크입니다.
이란은 최근 일부 이라크 원유 수송선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갈 수 있도록 특별 허가를 내줬습니다.
이라크 입장에서는 원유 수출이 국가경제와 정부재정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평소 자유롭게 이용하던 국제 해상통로를 특정 국가가 선박별로 허가하는 상황 자체가 정상적인 에너지시장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라크도 위험을 줄이기 위해 터키 제이한항과 시리아 바니야스항, 요르단 아카바항 등을 활용하는 대체 수출경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국 국영 해운회사들도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같은 위험지역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중국 선사들은 페르시아만 외부에서 선박 간 원유를 옮겨 싣는 방식까지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운송거리와 비용이 증가했습니다.
오만에서 중국으로 가는 대형 유조선 운임은 전쟁 위험 프리미엄 때문에 하루 14만 달러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가는 이미 9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는 8월 21일 배럴당 94.39달러에 마감했습니다.
WTI도 87.06달러까지 올라왔습니다.
현재 유가에는 이미 중동의 공급 불안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호르무즈해협 통항량이 지금보다 더 감소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미국의 추가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출량이 추가로 줄어드는 경우입니다.
세 번째는 이란과 미국의 군사적 충돌이 다시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네 번째는 사우디아라비아나 UAE 등 다른 산유국이 부족한 공급량을 충분히 채우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 조건들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국제유가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외교협상이 재개되고 호르무즈 통항량이 정상화되기 시작한다면 현재 유가에 붙어 있는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빠르게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유가가 무조건 계속 오른다고 단정하면 안 되는 이유
중동 긴장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유가가 무조건 계속 상승한다고 보는 것도 위험합니다.
원유 가격은 공급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 경기와 중국의 원유 수요, 미국의 석유 생산량, OPEC+의 증산 여부가 동시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약해지면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수요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미국도 필요할 경우 전략비축유 방출 등 다양한 대응 수단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일부 산유국도 여유 생산능력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국제유가의 핵심은 ‘호르무즈가 위험하니 무조건 상승한다’가 아니라 실제 공급 감소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왜 호르무즈를 특히 민감하게 봐야 할까
한국은 원유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합니다.
그중에서도 중동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따라서 호르무즈해협 운송이 장기간 정상화되지 않으면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원유 수입가격 상승입니다.
국제유가가 올라가는 동시에 원·달러 환율까지 상승한다면 한국 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원화 기준 원유가격은 더 크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정유와 석유화학뿐 아니라 항공과 해운, 물류, 제조업 전반의 비용에도 영향을 줍니다.
결국 기업이 늘어난 비용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면 소비자물가에도 압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유가 상승은 미국 금리에도 연결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중동 상황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원유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휘발유와 운송비가 오르고 기업들의 생산비도 증가합니다.
이런 상황이 미국 CPI와 PCE 같은 물가지표까지 끌어올리면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낮추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결국 흐름은 다음처럼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동 긴장 확대 → 국제유가 상승 → 미국 물가 압력 증가 → 연준 금리인하 기대 후퇴 →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강세 → 글로벌 증시와 가상자산 변동성 확대.
한국에서는 여기에 원·달러 환율까지 연결됩니다.
그래서 호르무즈해협 뉴스가 단순한 중동 외교뉴스가 아니라 미국 나스닥과 비트코인, 한국 증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중국도 이번 사태의 핵심 변수다
중국의 움직임도 중요합니다.
중국은 막대한 원유를 수입하기 때문에 중동 공급망이 흔들리면 원유 확보 비용이 증가합니다.
특히 저렴한 이란산 원유를 사용하던 중국 독립 정유업체들은 다른 국가의 원유를 사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 기업이나 금융기관까지 제재 대상으로 확대한다면 미·중 갈등으로 문제가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이 이란산 원유 구매를 계속 유지하면서 미국 제재를 우회하려 한다면 제재의 실제 효과가 예상보다 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 미국의 추가제재에서 중국 관련 조치가 얼마나 강하게 포함되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유가를 결정할 핵심 변수는 네 가지다
첫 번째는 미국이 예고한 추가제재의 실제 내용입니다.
어떤 국가와 기업, 선박과 금융기관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되는지가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호르무즈해협 통항량입니다.
정치적인 발표보다 실제 유조선과 LNG선이 얼마나 통과하는지를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세 번째는 이란의 대응입니다.
이란이 현재 수준의 제한적인 압박에 머물지, 아니면 해협과 주변국의 에너지 수송로까지 더 강하게 압박할지가 중요합니다.
네 번째는 다른 산유국의 공급입니다.
사우디와 UAE, 미국 등이 이란과 걸프 지역에서 줄어든 원유를 얼마나 대신 공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 국제유가에는 이미 상당한 전쟁 프리미엄이 붙어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가격을 결정할 것은 더 자극적인 발언이 아니라 실제 원유의 흐름입니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선박이 늘어나는지, 이란 원유 수출량이 더 감소하는지, 다른 산유국이 공급을 늘리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의 중동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통항 차질과 미국의 강력한 이란 제재, 군사적 긴장이 동시에 확대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외교협상이 진전되고 원유 운송이 정상화된다면 국제유가는 현재보다 빠르게 안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국제유가를 볼 때는 단순히 ‘전쟁이 계속된다’는 뉴스보다 호르무즈의 실제 통항량과 이란의 실제 원유 수출량을 가장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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